상반기 한경 스타워즈 우승자가 가려졌다. 주인공은 23년 경력의 베테랑 투자전문가인 임동락 한양증권 여의도PWM센터 부장(사진)이다. 2차전지 종목들의 질주 속에서도 관련 대표주를 보유하지 않고도 시장 성과를 크게 웃도는 수익률을 냈다.
올 3월부터 6월까지 약 4개월간의 대회기간 동안 삼성전자는 '7만전자'를 회복했고 에코프로는 140% 넘게 올랐다. 상반기는 분명 강세장이었지만 불확실성도 짙었다. 시장은 반도체와 2차전지 중에서도 일부 종목에 쏠렸고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정책, 경기 침체 가능성 등 거시경제 변수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임 부장은 전체 참가팀 10팀의 평균 누적 수익률이 저조한 가운데 홀로 누적 40%의 수익률을 올렸다. 해당 기간 코스피지수의 상승률이 7%대인 점을 감안하면 임 부장의 성적은 더욱 눈에 띈다. 우승 비결에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직접 만든 투자모델 큰 도움…효자는 '레이크머티리얼즈'여의도 큰 손들의 돈 관리를 도와주는 임 부장은 2020년 코로나19 위기뿐 아니라 2008년 금융위기 등 경제 위기를 현업에서 겪은 증시 전문가다. 23년여 경력 중 절반 이상을 리서치센터에서 근무했는데, 매크로뿐 아니라 섹터 애널리스트로도 활동하면서 톱다운과 바텀업 분석을 모두 경험했다. 자기자본투자(PI) 부서에서 회사 에쿼티를 활용해 투자하는 자산운용업무를 맡기도 했다.
이번 대회 우승은 운용 파트 현업 때 직접 개발한 투자모델의 공이 컸다는 설명이다. 임 부장은 "운용부서에 있을 때 에쿼티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퀀트 기반의 투자모델을 만들어 둔 게 있었다. 개발한지 1년 된 것인데 달마다 리밸런싱(비중 조정)을 하고 있다"며 "연간 기준으로 50% 이상의 수익이 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모델로 포트폴리오를 짜서 매매를 진행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투자모델은 메자닌 발행기업 중 프라이싱 매력이 있고 하방리스크가 적은 종목들을 직접 시장에서 매수하는 방식이다. 그러면서 펀더멘털 분석을 통해 추가 상승 여력이 있는 기업들을 추출하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짰다"고 설명했다. '벤치마크를 웃도는 절대수익을 내겠다'는 출사표 때의 다짐이 실현된 것도 수익률로 검증된 투자모델을 무기로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임 부장은 전했다.
물론 우승까지 한 번의 고비가 있었다. 4주차에 회전율 미달로 주의를 받은 것. 월간 단위로 회전율이 500% 수준이어야 했던 대회 규정을 인지하지 못한 영향이었다. 임 부장은 "급히 규정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했다"며 "단기 수익을 추종하는 것은 기존 기조와 달라 부담되기도 했고 투자모델을 100% 적용하지 못한 부분도 아쉬웠다"고 밝혔다.
방황은 짧게 끝내야 했다. 다행히 임 부장은 첫 달 이후로 방향을 잡아갔다. 그는 "한두 종목에만 집중해선 안 되겠다 싶어서 최소 30개 종목을 두루 후보군으로 두고 매매했다"며 "수익이 난 것은 빼고 추가 상승여력이 있는 다른 종목을 집어넣는 등 전체적으로 우상향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임 부장은 "모든 종목이 효자였다"면서도 레이크머티리얼즈를 가장 고마운 종목으로 꼽았다. 지난 4월 초 하위권에서 고전 중이던 임 부장을 단숨에 순위권으로 끌어올린 종목이다. 유기금속 화학소재 수출기업 레이크머티리얼즈는 반도체와 LED 등 소재를 개발, 양산하는 게 본업이다. 이런 가운데 배터리의 핵심인 황화리튬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양산공정화를 추진하고 있단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반기 크게 올랐다. 부업이 본업보다 빛을 발한 경우다. 레이크머티리얼즈의 대회기간 상승률은 무려 215% 수준이다."주도주는 오래간다"…미래성장·업황개선 업종 주목 하반기 주식시장에선 어떤 섹터가 부각될까. 임 부장은 2차전지와 인공지능(AI), 로봇 등 미래 성장산업과 반도체, 조선 등 업황 개선 업종들을 주목했다. 그는 "주식시장의 특징 중 하나가 주도업종이나 주도주가 트렌드로 형성되면 상당히 오랜기간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라며 "미래성장 산업이나 업황개선 업종 등에서의 주도주들은 시장이 약세장으로 전환하기 전까지는 시장을 계속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상반기 에코프로를 시작으로 2차전지 섹터 내 종목들이 급등하면서 이른바 '포모'(FOMO) 증후군을 겪는 투자자들이 늘었다. '에코프로를 보유한 자'와 '보유하지 않은 자'를 승자와 패자로 나눠서 부르기까지 했다. 이를 두고 임 부장은 단순히 포모로 인해 투자 대열에 합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정 종목의 고평가 논쟁도 시장의 트렌드이기 때문에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순응해야 할 부분이지만, 시장에서 계속 오르는 주식은 없는 만큼 냉정한 판단도 필요하다"며 "일부 종목에 '몰빵'을 하게 되면 공포와 탐욕이라는 심리적인 영역에서 실수를 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런 위험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선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