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천하통일 막는다…현대차·기아, GM·벤츠와 '충전동맹'

입력 2023-07-27 07:20
수정 2023-08-06 00:02

현대자동차그룹이 독일의 BMW 및 메르세데스-벤츠,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 일본의 혼다 등과 손잡고 미국에서 '충전 동맹'을 결성한다.

현대차와 기아, GM 등 이들 7개 주요 완성차 업체는 26일(현지시간)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북미 지역의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나 필요할 때 충전할 수 있도록 시내와 고속도로에 최소 3만개의 고출력 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 충전소는 모든 전기차 이용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기존의 미국 표준인 CCS와 테슬라의 충전 규격인 NACS 커넥터를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내년 여름에 미국에서 첫 충전소를 개장하고, 이후에는 캐나다로 확대할 예정이다.


각 충전소에는 여러 대의 고출력 DC 충전기가 설치되며, 조인트벤처는 참여 회사들의 지속 가능성 전략에 따라 재생에너지로만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가능한 곳에는 캐노피(지붕과 같은 덮개)를 설치하고 화장실과 음식 서비스, 소매점 등 편의시설을 충전소 단지 안이나 인근에 배치할 것"이라며 "일부 플래그십 충전소에는 추가 편의시설을 설치해 충전의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공동 충전 네트워크 구축 계획이 미 정부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한 보조금 프로그램(NEVI)의 요건을 충족해 공적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조인트벤처는 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쳐 올해 안에 설립될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들 7개사가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조인트벤처에 최소 10억달러(약 1조2750억원)를 투자한다고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의 이번 프로젝트 투자는 지속 가능한 교통수단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현대차의 비전과 일치한다"며 "광범위한 고출력 충전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다른 주주들과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강력한 충전 네트워크는 모두가 동일한 조건에서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상생의 정신으로 함께 구축해야 한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의 집단 지성을 보여주는 획기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번에 7개사가 자체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한 것은 업계 1위인 테슬라의 충전 규격 '천하통일'을 저지한다는 의미도 갖는다.

연초부터 포드, GM, 볼보, 리비안 등이 테슬라 충전 규격을 따르거나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테슬라 충전방식인 'NACS'가 대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정부가 2021년 'EV 충전기 인프라 확대 특별법(NEVI)'을 시행하면서, 각사는 전기차 충전소 네트워크 구축에 할당된 75억달러(9조8000억원)의 보조금을 따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충전 인프라 구축에 나선 상태다.

보조금 지급에는 조건이 붙어 있다. 모든 차량이 비독점적이고 공개적으로 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테슬라가 세운 충전소라 해도 다른 완성차 업체 차량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법의 취지다.

테슬라와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테슬라 수퍼차저 충전소는 미국 전역 1800곳에 설치돼 있다. 충전소에 있는 고속충전기 수만 1만9400여개로 미국 전체 전기차 고속충전기의 약 60%에 달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