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NCM 기아와 LFP 테슬라의 상반된 시선
지난해 기아 니로 EV가 출시됐을 때 중국산 배터리 논란이 벌어졌다. 중국 CATL이 공급한 삼원계 배터리 탑재 소식이 알려지자 국산 배터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아 니로는 단숨에 제품력이 부족한(?) 차로 인식됐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산이라도 에너지밀도가 높은 삼원계(NCM) 배터리로 알려지며 논란이 잦아들었지만 당시 상황은 한국 소비자들의 높은 배터리 소재 관심도를 보여준 사례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니로 BEV와 전혀 다른 일이 벌어져 흥미를 끈다. 테슬라코리아가 삼원계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LFP 배터리의 중국산 모델 Y RWD 도입을 예고하자 사전 주문자만 2만명에 달할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어서다. 배터리만 보면 오히려 니로보다 에너지밀도가 떨어지는 LFP 소재를 적용했음에도 테슬라 모델 Y의 배터리 소재는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한다. 니로 때를 떠올리면 중국산 테슬라 또한 저렴한 LFP 배터리 적용에 불만을 제기할 수 있지만 오히려 그렇지 않고 줄을 선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인지부조화'를 언급한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LFP, 중국산 등은 제품 선택을 저해하는 부정적 요소지만 '테슬라', 'FSD(Full Self Driving)', '가속성' 등은 제품을 선택하게 만드는 긍정 항목이다. 그리고 부정과 긍정 요소가 동시에 충돌할 때 소비자는 인지부조화가 발생하며 이때 뇌는 부조화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어떻게든 조화로 바꾸려는 속성이 발현된다. 이 과정에 관여하는 항목은 제품의 '중요성', '영향력', 그리고 '보상'이라는 세 가지 측면이다.
그리고 세 가지 가운데 브랜드의 '영향력'과 '보상'을 이번 중국산 저가 테슬라의 구매 심리로 꼽는다. 비록 LFP 배터리가 탑재된 중국산 제품이어도 '테슬라' 브랜드 파워와 최저 4,000만원 후반대 가격이 '보상' 심리를 자극했다는 설명이다. LFP보다 성능이 앞선 삼원계 소재를 썼음에도 배터리 제조사가 중국이라는 이유로 논란의 대상이 됐던 기아 니로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난 형국이다.
물론 기존 구매자의 입소문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이른바 마케팅에서 말하는 사회적 증거(Social Proof)로 표현되는 평판이다. 그런데 여기서 개념이 조금 갈라진다. 테슬라를 찾는 사람은 시대를 앞서가며 내연기관과 전혀 다른 제품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LFP 소재의 중국산 테슬라에 부정적인 소비자는 이동 수단의 연장선에서 전기차를 바라본다. 동일 제품을 인식하는 시각이 어떻게 다른가에 따라 구매 선택도 달라지는 셈이다.
일론 머스크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지난 2020년 테슬라의 가치를 두고 일론 머스크는 현재가 아닌 미래 시점을 언급했다. 테슬라의 궁극은 자율주행 구독서비스라는 점을 명확히 했던 것. 이 말을 되새겨 보면 바퀴 달린 이동 수단은 말 그대로 이동하는 기계에 불과하며 앞으로 기계에 어떤 지능을 부여하느냐가 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테슬라는 이동에 필요한 동력을 전기로 삼았을 뿐 전기차 자체가 본질은 아니라고 말한다. 중국산 저가 소재 배터리여도 한국 내에서 테슬라를 사겠다며 줄을 선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사람이 운전하고 이동에 전기를 사용하는 것은 산업적 전환이라는 점에서 내연기관 기업이 쏟아내는 전기차와 테슬라 제품은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테슬라 제품의 조립 품질이 떨어지고 가격 대비 편의 기능도 부족하다는 점에서 굳이 전기차로 테슬라를 구매할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다.
이처럼 서로의 주장이 상반될 때 판단의 잣대는 실제 벌어지는 현상이다. LFP와 NCM 계열의 배터리 소재 중에 소비자들은 NCM을 선호하고 국산과 중국산 둘 중에선 국산을 보다 선호한다. 그래서 기아는 중국산 NCM을 선택했지만 테슬라는 중국산 LFP를 탑재하고 한국에 도입했다. 선호도만 보면 기아 니로가 낫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실은 중국산 테슬라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