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SNS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 1위를 지키던 네이버 밴드가 최근 인스타그램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다른 국내 SNS도 사용자 수가 제자리걸음이거나 줄어드는 추세다. 업계에선 인공지능(AI) 등의 신기술과 탄탄한 사용자 저변으로 무장한 해외 빅테크의 공세가 더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 인스타그램 전성시대
26일 앱 시장 분석 서비스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월 인스타그램의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853만 명을 기록해 밴드(1758만 명)를 앞질렀다. 국내 SNS 앱 중 MAU가 가장 많다. 페이스북(980만 명) 카카오스토리(842만 명) 네이버카페(718만 명) X(옛 트위터·460만 명) 틱톡(371만 명)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1~2월엔 밴드 MAU가 1897만 명으로 인스타그램(1834만 명)보다 많았다.
이용 시간 통계에선 인스타그램의 강세가 한층 더 두드러진다. 1인당 월평균 인스타그램 이용 시간은 2021년 2월 6.9시간에서 올 2월 10.2시간으로 48% 늘었다. 숏폼 플랫폼인 ‘릴스’ 도입이 이용자 몰입으로 이어졌다. 특히 10대 이하의 월평균 이용 시간이 같은 기간 117% 증가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인스타그램 사랑은 연령별 통계로도 드러난다. 밴드의 MAU 순위가 20대에서 3위, 10대 이하에선 5위로 처진 것과 달리 인스타그램은 10대 이하, 20대, 30대 등에서 모두 1위였다.
업계에선 SNS 시장을 지키는 것이 더 힘들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빅테크들이 플랫폼 안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앱’을 모토로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도 슈퍼앱을 구현할 기술은 있지만 여러 이용자를 하나로 모으는 플랫폼 경쟁력 측면에서는 격차가 상당하다”며 “영어권 시장으로의 확장성이 부족한 것도 성장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로 눈 돌리는 韓 업체들국내 업체들은 슈퍼앱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장을 바꾸고 있다. 카카오는 기존 SNS 앱인 카카오스토리에 힘을 주는 대신 잘 만들어놓은 메신저 앱인 카카오톡을 슈퍼앱으로 키우는 길을 택했다.
이 회사는 5월 카카오톡 메인 화면 아래에 사람들과 익명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오픈채팅’ 탭을 추가했다. 카카오톡의 1인당 이용 시간을 지금보다 더 늘려 슈퍼앱으로서의 확장성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네이버는 슈퍼앱을 키울 새 무대로 메타버스를 골랐다.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기반 SNS 플랫폼 ‘제페토’는 MAU 2000만 명, 누적 가입자 수 4억 명을 보유하고 있다. K팝과 적극적으로 연계한 덕분에 MAU 중 해외 비중이 90%에 달한다. 통신사들도 메타버스 SNS 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SK텔레콤 ‘이프랜드’, KT ‘지니버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메타버스가 주류 SNS 채널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싸이월드가 최근 메타버스 서비스인 ‘싸이타운’ 운영을 종료한 것도 기대만큼 사용자를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에 축적된 콘텐츠가 많지 않다는 점, 대다수 고객이 10대라는 점 등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SNS 본연의 기능인 소통 대신 기록에 방점을 찍은 사례도 있다. LG유플러스는 3월 자체 SNS 플랫폼인 ‘베터’를 출시했다. 베터는 주제별로 게시글을 묶어서 정리할 수 있도록 했다. 한 권의 책을 엮듯 여러 게시글이 이어져 ‘스토리텔링’이 되는 구조다. 회사 관계자는 “기록하는 즐거움에 초점을 맞춰 SNS 플랫폼을 기획했다”며 “일부 보드(주제)는 집중 목표와 마감 기한을 부여해 도전 욕구를 일으키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