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주식시장이 반등했지만 상장 종목의 절반가량이 청산 가치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매수세가 2차전지, 엔터테인먼트 등 소수의 주도 업종에 집중되면서다. 주도주에 끼지 못하는 종목은 철저하게 외면받으며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증시 오르는데 저평가 속출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 종목(우선주·스팩 제외) 2341개 가운데 1076개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에 거래되고 있다. 전체 종목의 46%에 달한다. 작년 12월 말 1배 미만 종목은 1044개였다. 증시가 반등하는 가운데도 절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은 늘었다는 얘기다.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16.5%, 32.5% 올랐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모두 매각하고 사업을 청산했을 때보다 주가가 낮게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예컨대 PBR이 0.5배면 해당 기업의 자산을 전부 처분해도 현재 주가보다 두 배 이상의 돈을 주주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
절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이 속출하는 이유는 에코프로, POSCO홀딩스 등 소수의 주도주가 투자금을 블랙홀처럼 흡수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2차전지, 엔터테인먼트 등 주도 업종을 제외하면 시장 전체적으로는 떨어지는 종목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소외종목 더 많아
유가증권시장은 PBR이 1배 미만 종목이 526개로 전체 종목의 66%에 달했다. 2차전지, 엔터, 로봇 등 상대적으로 주도주가 많은 코스닥시장으로 자금이 쏠렸기 때문이다. 우선주와 스팩을 포함한 935개 유가증권시장 종목 가운데 60%(562개사)의 주가가 올 들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청산 가치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PBR 0.1~0.3배 사이 종목도 156개에 육박하고 있다. 이 중 115개가 유가증권시장에 있다. 구(舊)경제 기업으로 분류되며 주가가 급락한 건설, 유통, 증권과 에너지 관련 업종에 이들 종목이 포진해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2차전지, 인공지능(AI), 로봇 등이 증시를 주도하면서 구경제 기업이 특히 소외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신공영과 태광산업은 PBR이 0.12배로 최하위권에 있다. HDC(0.13배), 태영건설(0.17배), 이마트(0.17배), 롯데하이마트(0.17배) 등도 소외를 받고 있다. DB금융투자(0.17배), 지역난방공사(0.17배), 한국가스공사(0.2배) 등도 하위권에 들었다.
PBR이 높은 종목은 오브젠(1122배), 쎌마테라퓨틱스(92배), 금양(72배) 등으로 집계됐다. 2차전지 열풍을 주도한 에코프로의 PBR은 25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오는 4분기 주도주 집중 현상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과열 종목이 떨어지며 주가 지수는 하락할 수 있지만, 소외 종목이 반등하면서 상승 종목수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