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하버드대의 동문자녀 입학 우대제도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다. 백인 부유층에게 유리한 입시제도라는 비판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비영리단체 '민권을 위한 변호사회(LCR)'는 미 교육부가 하버드대의 '레거시 입학제도'를 조사하러 나섰다고 발표했다. 하버드대는 운동선수, 동문 자녀(레거시 입학생), 기부자의 친인척, 교직원의 자녀 등에게 입학 우선권을 부여해왔다. 이들은 총지원자 수의 5%에 못 미치지만 하버드대 합격생 중에선 30%를 차지한다.
민권을 위한 변호사회는 이 중 레거시 입학제도가 민권법을 위반했다고 교육부 민권 담당국에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1964년 제정된 민권법은 인종, 국적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단체의 연구원인 마이클 키핀스는 "레거시 입학제도는 차별적인 관행이다"라며 "지난달 대법원이 차별 철폐 조치를 내림에 따라 유색인종 지원자의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민권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민권을 위한 변호사회측은 동문이나 기부자 자녀에게 혜택을 주는 레거시 입학 제도가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아계 지원자들에게 불리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당초 하버드대는 유대인 학생 수를 제한하기 위해 1920년대 이 입학제도를 신설했다. 현재는 유색인종 학생을 배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하버드대 라지 체티 경제학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 SAT 점수가 동일할 경우에도 경제력 상위 1% 가정의 수험생은 다른 수험생들보다 합격 가능성이 3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부유층 가정 자녀들이 유리한 교육환경 때문에 SAT 점수 등 학력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인구 구성 비율상 비정상적으로 불균형적인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현상의 요인으로 동문 가족이나 고액 기부자에게 혜택을 주는 레거시 입학을 지목했다. 2014년~2019년 하버드대 합격생 중 우대입학 제도를 통한 지원자는 다른 전형을 지원한 학생보다 합격 확률이 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대 입학생 중 70%가량이 백인 학생이었다.
이러한 비판에 따라 존스홉킨스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등 미국 대학 100여곳은 2015년을 기점으로 레거시 입학제도를 폐지했다. 교육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하버드대 레거시 입학제도에 대한 조사 착수 사실을 밝혔지만,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자세한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