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CJ올리브영을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 혐의로 신고한 것과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와의 분쟁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쿠팡과 CJ올리브영 양사 모두 공정위로부터 유사 혐의로 제재를 받았거나 받을 예정으로, 3분기 중 공정위와의 담판이 예고돼 있어서다.
유통업계에선 쿠팡과 CJ올리브영간 분쟁이 단순히 양사간의 문제가 아닌 공정거래법상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 지배력 판단에 대한 기준을 만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행정소송 판결 앞둔 쿠팡의 포석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취소 청구 소송의판결이 다음 달 중순 내려진다.
쿠팡은 2021년 LG생활건강 등에 ‘갑질’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33억원의 과징금 등 제재를 받은 뒤 이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진행해왔다.
공정위는 쿠팡이 2017~2020년 사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LG생활건강 등 직매입 거래를 맺은 제조기업에 다른 유통채널의 가격을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광고를 강매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쿠팡은 "당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LG생활건강과 갈등이 처음 발생한 2017~2018년 쿠팡은 G마켓과 11번가에 이은 온라인 시장 3위 사업자였으며 직매입이라는 구조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신세계, 롯데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도 경쟁사로 인식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쿠팡의 소매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는 논리다.
공정위는 쿠팡과 시장 지배력과 관련한 분쟁을 벌이다 ‘대규모 유통업법’까지 개정했다. 지난 1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규모 유통업법에는 경영간섭 행위 금지 조항을 신설해 매출액 1000억원 이상 등 요건만 충족하면 바로 제재를 할 수 있게 된다. 온라인-오프라인 사업자 경쟁 인정될까유통업계에선 쿠팡이 CJ올리브영을 공정위에 신고한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쿠팡에 따르면 2019년부터 CJ올리브영의 위반행위가 있었음에도 지금에서야 쿠팡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여러 목적이 있을 것이란 해석이다.
지난 24일 쿠팡은 “중소 화장품업체의 쿠팡 납품과 거래를 막는 ‘갑질’을 수년간 지속해왔다”며 CJ올리브영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쿠팡은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서 CJ올리브영과 쿠팡이 서로 경쟁상대로 여기고 있음을 적시했다. 자료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화장품 판매 등을 본격적으로 개시한 2019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쿠팡을 경쟁상대로 여기고 뷰티 시장 진출 및 성장을 지속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했다.
공정위는 골머리를 앓게 됐다. 온라인 1위업체인 쿠팡이 H&B 오프라인 1위 업체인 CJ올리브영을 경쟁상대로 인식하며 ‘시장 획정’(시장의 범위를 구분)을 재검토해야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공정거래법은 시장에서 한 회사의 점유율이 50%를 넘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점유율이 75% 이상일 때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있는 것으로 본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할 경우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 공은 공정위로쿠팡의 CJ올리브영 신고가 오히려 CJ올리브영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정위는 CJ올리브영이 랄라블라, 롭스 등 경쟁 헬스앤뷰티(H&B) 업체에 협력사의 상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강요한 혐의로 조사를 진행해왔다. 제재여부와 수위는 9월께 전원회의에서 결정된다. 과징금은 수 천억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오프라인 H&B시장에선 압도적 1위 사업자이지만 쿠팡, 네이버, 마켓컬리 등 화장품을 유통하는 온라인을 경쟁업체로 포함하면 CJ올리브영의 시장점유율은 약 12% 정도로 내려간다.
법조계 관계자는 “쿠팡의 CJ올리브영 신고 건이 기존 CJ올리브영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 제재건과 병합되지는 않겠지만, 심리 과정에서 참고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을 합친 전체 소매 시장을 기준으로 하면 양사 모두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되지 않아 제재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