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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럭셔리 그룹 LVMH의 미국 시장 매출이 예상 외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리오프닝(경제 재개) 이후 소비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중국에서 오히려 매출 회복세가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LVMH는 25일(현지시간) "2분기 미국 시장 판매세가 소폭 후퇴함에 따라 올 상반기 미국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 24%에 달했던 미국 시장 매출의 증가세가 대폭 꺾였다. LVMH는 루이비통, 크리스찬디올, 티파니 등 75개에 이르는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4160억유로)으로 유럽 최대 기업이다.
작년만 해도 유럽 명품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지속적인 호재를 예상했다.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금리 인상) 정책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다. 미국 소비자들이 강달러를 토대로 명품 소비를 늘릴 것이란 기대감이 잇따랐다. 하지만 Fed의 긴축에도 물가상승률이 잡히질 않고 코로나19 당시 저축 규모가 고갈됨에 따라 미국발 사치품 수요가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LVMH는 "반면 코로나19 경제 재개 이후 반등하고 있는 중국 시장의 소비 회복세가 미국 시장의 후퇴를 상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말 국경을 다시 개방하기로 하면서 명품 쇼핑을 위해 아시아 전역을 여행하는 중국 소비자들이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상반기 LVMH의 아시아 매출은 전년보다 24% 늘었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 아시아 지역 매출 증가율이 미미했던 기저효과가 일부 작용했다.
장 자크 귀오니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작년에는 중국 시장의 성장 둔화 때문에 미국매출이 그룹의 성장세를 끌어올려줬다"며 "반면 올해는 미국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긴 하지만 아시아 시장이 이를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기업에) 이러한 지리적 균형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 시장의 둔화로 인해 LVMH를 비롯한 명품 업계의 성장 속도는 전반적으로 후퇴할 것으로 전망됐다. 컨설팅기업 베인앤드컴퍼니는 "글로벌 개인 명품 소비 시장은 지난해 20% 성장했지만, 올해는 최소 5%에서 최대 12% 확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LVMH의 상반기 총매출은 422억유로로 전년 동기보다 17% 늘었다. 동기간 영업이익은 13% 늘어난 115억유로를 기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