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수입차 단일 브랜드로는 최초로 연간 8만 대 판매를 달성했다. 매출은 7조원대를 처음 넘어섰다. ‘수입차의 대명사’가 된 벤츠가 한국 진출 19년 만에 일군 기록이다.
그 뒤에는 벤츠코리아의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가 있다. 한성자동차는 한국에 벤츠코리아법인이 세워지기도 전인 1985년부터 국내에 수입차를 들여왔다. 처음엔 벤츠 상용트럭 등을 취급하다 2003년 벤츠코리아 출범과 함께 공식 딜러사가 됐다. 한국 수입차 시장의 부침을 오롯이 같이한 셈이다. 현재 벤츠는 한국에 11개 딜러사를 두고 있는데 한성자동차의 판매 점유율은 절반에 이른다. 지난해 한성자동차는 3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0년 만에 네 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경쟁이 치열한 수입차 시장에서 한성자동차의 진득한 성장을 이끈 주역은 2011년 취임한 울프 아우스프룽 대표(사진)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유럽 세일즈·마케팅 직원으로 자동차 판매업에 발을 들인 그는 이제 한국 최고(最古) 수입차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최장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아우스프룽 대표는 지난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성자동차는 한국 수입차 시장의 개척자”라며 “단순한 벤츠 딜러사를 넘어 우리만의 헤리티지(유산)와 경험으로 자동차 구매자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전동화·디지털화 등 자동차산업이 격변기를 맞고 있습니다.
“자동차 판매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으로 자동차를 사려는 수요가 예전보다 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몰아치는 변화 속에서 결국 핵심은 ‘어떻게 하면 소비자 수요를 지속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느냐’입니다. 벤츠 같은 럭셔리 브랜드일수록 특별한 맞춤형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가 많아요. 차를 구매할 때부터 사후서비스(AS), 중고 판매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 모든 여정을 차별화된 경험으로 만들어주는 게 핵심입니다.”
▷한성자동차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는 무엇입니까.
“소비자가 한성자동차에서 벤츠를 구매할 땐 단순히 차만 사는 게 아닙니다. 프리미엄의 가치와 서비스, 고객 경험을 사는 것이죠. 이런 수요를 고려해 직원 한 명 한 명의 전문성을 최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국내 딜러사 중 유일하게 인재 양성 시스템인 ‘AS아카데미’를 마련해 역량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AS의 질도 남다릅니다. 한성자동차의 모든 서비스센터에는 첨단 설비와 전문 테크니션이 상주합니다. 급증하는 전기차 수요에 발맞춰 전문 인력도 더 늘리고 있습니다. 벤츠 전기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 EQ’ 인증을 전국 22개 서비스센터 중 15곳이 이미 받았고, 남은 7곳도 연내 인증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커뮤니티 서비스의 반응이 좋다고 들었습니다.
“최상위 고객을 위한 ‘톱클래스’, AMG 차주 대상 ‘AMG 플레이그라운드’, EQ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이 가입할 수 있는 클럽 ‘이큐레이터(EQURATOR)’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가입자만을 위한 혜택과 정보를 제공하고, 차주끼리 소통할 수 있도록 했더니 호응이 큽니다. 이큐레이터는 전기차에 관심은 있지만 정보 부족으로 막연한 두려움이 있던 미래 EQ 차주들에게도 인기가 높아요.”
▷전기차 전환은 한성자동차에도 큰 과제로 보입니다.
“소비자의 관심이 전기차로 쏠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글로벌 시장을 통틀어 벤츠의 전기차 판매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성자동차는 이런 수요를 포착해 지난해 서울 성동서비스센터를 국내 최대 규모로 확장하면서 전기차 특화 서비스를 갖췄습니다. 이곳에는 EQ 테크니션 네 명이 상주하고 있죠. 전문가가 직접 방문객에게 전기차 관련 지식을 알려주는 ‘EQ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월평균 3000명이 찾는 ‘핫플레이스’가 됐습니다.”
▷올 하반기 목표는 무엇입니까.
“이달 EQE SUV를 시작으로 전기차 신차 출시가 줄줄이 예정돼 있습니다. 일단 판매에 주력해야 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혁신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소비자의 구매 여정을 37단계로 나눠 매일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모든 순간에 실시간으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전체 온·오프라인 체계를 짜고 있습니다. 이르면 2년 안에 이런 데이터 기반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할 겁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