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자녀가 있는 가구에 대한 조세 감면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악의 출산율에도 세제 혜택을 늘려 출산을 유도하는 데는 인색한 것이다.
25일 OECD의 ‘2023년 근로 임금과세’ 보고서에 따르면 38개 회원국의 지난해 평균 조세부담률은 독신 근로자 기준 34.6%였다. 조세부담률은 각종 세금과 건강보험료 같은 사회보장기여금에서 현금 보조금을 뺀 금액을 임금으로 나눈 값으로, 해당 국가의 평균적인 조세 부담을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은 독신자 기준 조세부담률이 24.2%로 OECD 평균보다 10.4%포인트 낮았다. 전체 조세부담 중 소득세가 5.9%포인트, 사회보장기여금이 18.3%포인트를 차지했다. OECD는 보고서에서 한국 등을 거론하며 “사회보장기여금의 증가가 조세부담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벨기에(53%), 독일(47.8%), 프랑스(47.0%) 등이 최상위권에 올랐고 뉴질랜드(20.1%), 칠레(7.0%) 등은 한국보다 낮았다. 콜롬비아는 0%였다.
조세부담은 자녀 수가 늘어날 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자녀를 둔 외벌이 가구의 조세부담률은 평균 25.6%였다. 독신 근로자에 비해 9.0%포인트 낮았다. OECD는 “자녀가 있는 가정에 우호적인 조세 정책과 현금 복지 등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대다수 나라가 소득세 인적공제, 출산장려금, 육아수당 등을 통해 자녀를 둔 가구에 친화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독신 가구에서 두 자녀 가구로 바뀔 때 조세 부담률 변화를 국가별로 보면 폴란드가 33.6%에서 11.9%로 21.7%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은 15.0%포인트, 미국은 10.6%포인트 떨어졌다.
한국은 조세부담률 감소폭이 3.8%포인트에 그쳤다. 한국에서 두 자녀 외벌이 가구의 조세부담률은 20.4%로 독신 가구 24.2%와 큰 차이가 없었다. 38개 회원국 중 31위였다.
즉 한국은 자녀가 있는 가정에 세제 혜택이 별로 없다는 의미다. 한국과 경제 규모가 비슷한 나라 중 한국보다 감소 폭이 작은 국가는 없었다. 한국보다 자녀 있는 가구에 인색한 국가는 감소폭이 3.4%포인트를 기록한 그리스와 노르웨이, 아예 변동이 없는 터키,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 정도였다.
이들 국가 중 가장 심각한 저출산 상황을 겪는 나라는 한국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8명으로, 2021년 0.81명보다 더 낮아졌다. 합계출산율이 0명대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은 올 1분기 합계출산율이 0.81명을 기록해 1분기 기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전체로는 지난해보다 출산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선 세제 혜택을 포함한 파격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