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년 전 '지코·아이유 트레이닝복'으로 유명세를 탄 스트리트 브랜드 널디. 당시 에이피알(APR)의 효자 브랜드였지만, 그때의 인지도는 온데간데없다. 래퍼 지코도 사업 초기 지분을 투자했지만, 현재는 정리했다. 이 에이피알이 미용기기를 앞세워 올 하반기 상장을 추진한다. 내년 초 증시 입성이 목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올 3분기 중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오는 9월 제출해 내년 초 상장하겠단 게 회사 측 목표다. 유가증권·코스닥 시장 상장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1조원 가치를 인정받은 만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공개(IPO) 대표 주관사로는 신한투자증권을 선정했다.
에이피알은 뷰티 테크 기업이다. 배우 김희선을 모델로 기용한 피부미용 기기가 주력 사업이다. 메디큐브(뷰티기기), 널디(패션)를 비롯해, 에이프릴스킨(화장품), 포멘트(향수), 글램디바이오(보조제), 포토그래이(포토부스) 등 총 6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222억원, 영업이익은 2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0%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회사는 지난 6월 CJ ENM의 커머스 부문(CJ온스타일)으로부터 프리IPO를 유치하면서 1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신·구주 약 20억원을 투자받았다. 올 3월 중소기업은행, NH투자증권 등으로부터 8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 7080억원을 인정받은 것과 비교하면 3개월 만에 몸값을 40% 넘게 높였다. 이 때문에 에이피알 기업가치의 적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몸값 비싸다고?…"K뷰티 열풍 업고 수출 확대 기대"
하지만 회사는 뷰티기기 성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프레시언트앤스트래티직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홈 뷰티 디바이스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12조원에서 연평균 25% 성장해 2030년 약 11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회사는 기획부터 연구개발(R&D), 생산, 판매까지 가능한 자체 뷰티기기 밸류체인(공급망)을 갖췄다. 밸류체인을 내재화한 국내 첫 중소형 뷰티기기 회사다. 뷰티기기 생산공장은 올 하반기 가동되며 점차 생산능력을 높여갈 계획이다. 특히 R&D 시설을 적극 활용해 의료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도 있다.
회사의 전신인 화장품 브랜드 에이프릴스킨도 K뷰티 수출 시장 확대와 함께 성장세가 예상된다. 과거엔 화장품 수출 시장 타깃이 대부분 중국 시장이었다면 K팝 열풍으로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등으로 고객층이 넓혀지고 있어서다. 이미 회사는 지난해 미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중국, 말레이시아 등 6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해외 실적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약 36% 늘었다. 특히 미국과 일본에서 두 배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경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 본격적으로 미용기기가 출시됐던 시점이 작년 3분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해외 성장세가 고무적"이라고 분석했다. 회사는 신규 시장을 추가로 개척한단 계획이다. 뷰티업계 잇단 상장…에이피알 IPO 순탄할까
올 상반기 '마녀공장'을 시작으로 뷰티스킨 등 뷰티기업들의 상장이 잇따르면서 에이피알의 증시 입성에 투자업계 관심이 몰리고 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으로 실내 마스크가 해제되면서 화장품 수요가 대폭 늘어난 점도 시장 전반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마녀공장은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에 형성된 뒤 상한가)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뷰티 플랫폼 '화해'를 운영하는 버드뷰도 연내 상장을 목표로 지난달 초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서를 냈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화장품과 미용기기 밸류에이션을 같이 받을 수 있는 회사라는 측면에서 매력적이라고 본다. 글로벌 수출, 온라인 채널 중심 등 최근 시장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다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시장의 흐름을 대표하는 회사 중 하나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시장 자금 쏠림이 일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소비주에 대한 소외현상이 일어나는 것과 관련해선 "단기적으론 그렇게 볼 수 있다. 코로나 기간, 중국향 수출 피크아웃(정점통과) 등으로 인해 최근 화장품 섹터에 대한 시장의 피로도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은 조정 가능 구간이지만 결국 실적이라든지, 보여지는 소비 지표 등을 고려하면 화장품 업종은 계속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