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100조 더 저축한 가계…"빚 갚는 대신 부동산·주식 투자"

입력 2023-07-24 18:36
수정 2023-07-25 01:30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국내 가계에서 100조원 넘는 초과저축이 발생했다고 한국은행이 분석했다. 방역 조치로 소비가 줄어들거나 제한된 상황에서 소득은 늘고 정부 지원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가계는 이 초과저축을 주로 예금이나 주식 등 금융자산을 불리는 데 썼으며 대출을 적극적으로 갚지는 않았다. 이 같은 대규모 초과저축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24일 한은이 발간한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저축 분석 및 평가’에 따르면 2020~2022년 가계의 초과저축 규모는 101조~129조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저축은 가계 소득에서 소비를 뺀 것이다. 이번 분석에선 팬데믹 이전의 저축 추세를 넘어서는 가계저축액을 초과저축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초과저축 규모는 2022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4.7~6.0%에 해당한다. 명목 민간소비 대비로는 9.7~12.4%를 차지한다. 이는 이 기간 연평균 가계저축률이 10.7%로, 코로나19 이전(2015~2019년) 평균인 7.1%보다 높아진 영향이 크다.

초과저축을 소득계층별로 보면 고소득층에서 가장 크게 증가했다. 팬데믹 이후 임시직에 비해 상용직 급여가 더 많이 오른 영향이다.

팬데믹 중 호황을 누린 금융·IT(정보기술) 분야 대기업을 중심으로 특별급여가 큰 폭으로 증가한 점도 고소득층의 초과저축 증가에 기여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초과저축은 보통 소비에 사용되거나 부채 상환에 쓰인다. 코로나19 기간 초과저축이 쌓였던 미국과 유로지역에서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런 흐름이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9년 95%에서 지난해 105%로 오히려 높아졌다.

가계는 초과저축을 주로 예금, 주식 등 유동성 높은 금융자산 형태로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계가 빚을 갚는 대신 부동산과 주식 투자 등을 위한 대기자금 형태로 초과저축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 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조주연 한은 동향분석팀 과장은 “초과저축이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부채 축소가 지연되면 금융안정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