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가입자가 올해를 기점으로 ‘대세 감소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과거 인구 증가에 힘입어 대체로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지만 저출산, 고령화와 인구 감소 추세를 감안할 때 이제는 가입자가 정체 또는 감소 국면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에만 가입자가 21만 명 줄어들며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전년 대비 6만 명 감소),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12만 명 감소)보다도 더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취업자가 28개월 연속 늘어나면서 고용시장이 호조를 보였지만 가입자 감소세를 막지 못했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이 빨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정년 연장과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입 35년째 국민연금의 ‘노화’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매년 빠르게 가입자를 늘리며 성장해왔다. 도입 첫해 443만 명으로 시작한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엔 2250만 명으로 가입자가 늘었다. 도입 초기 10인 이상 사업장의 18세 이상~60세 미만 사업주와 근로자로 국한됐던 가입 대상이 1992년 5인 이상 사업장, 1999년 도시지역 자영업자 등으로 확대되면서다.
하지만 연간 출생아가 90만 명 이상이던 베이비붐 세대(1955~1974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한 2010년대 중반부터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했다. 매년 30만~50만 명꼴로 늘던 국민연금 가입자는 2017년엔 전년 대비 1만 명 줄기도 했다. 60세가 넘어 보험료 납부 의무가 끝난 베이비붐 세대 상당수가 가입자에서 제외되면서다.
이에 정부는 2015년 경력단절 전업주부를 대상으로 10년치 연금을 내면 수급권을 주는 ‘추후 납부’를 허용하는 등 파격적인 가입자 유치 정책을 내놨다. 2020년엔 1개월간 20일 이상 근로해야 주어지던 건설 일용 근로자의 국민연금 가입 기준을 8일 이상으로 완화했다. 연금 사각지대 해소가 주된 명분이었지만 이면엔 가입자 감소세를 조금이나마 완화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그 덕분에 국민연금 가입자는 2018년 2231만 명으로 늘어났다. 2019년은 경기 불황으로 지역가입자가 크게 줄며 가입자가 9만 명 감소했고 2020년엔 팬데믹 여파로 12만 명(2222만 명→2210만 명) 줄긴 했지만 인구보다는 경기 영향이 더 컸다.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가입자는 2년 연속 증가해 2022년 2250만 명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인구 정체 압박을 가입자 확대 정책 등으로 방어해온 것이다. 고용 호황에도 감소…‘백약이 무효’하지만 올해는 이 같은 정책도 한계에 다다랐다. 추납 등으로 새롭게 연금 수급권을 얻은 사람들을 뜻하는 임의가입자는 2014년 20만 명에서 2021년 40만 명까지 늘었지만 올 1분기 들어선 35만 명으로 증가폭이 둔화됐다. 연금 수령액을 늘리기 위해 60세가 넘어서도 보험료를 내는 임의계속가입자도 같은 기간 17만 명에서 54만 명까지 늘었다가 올해 50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금제도가 성숙 단계에 도달하면서 가입자로 끌어다 쓸 수 있는 ‘연금 사각지대’ 자체가 줄고 있는 셈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고령화에 따른 인구 구조 악화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입자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추세를 방치하면 2055년으로 예고된 국민연금의 고갈 시점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지부가 3월 발표한 5차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는 올해 말 2199만 명을 기록하고, 매년 빠르게 감소해 2093년 861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연금 수급자는 올해 527만 명에서 2062년 1576만 명까지 불어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59세인 가입연령 상한을 높이는 연금개혁과 함께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고용개혁 등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