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사업을 벌여 회사에 적잖은 손실을 초래했는데도 두둑한 성과급을 받은 이들이 있다. 증권회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담당자들 얘기다.
대규모 PF 부실에 노출된 증권사들은 작년 부동산 PF와 관련해 성과보수로 3525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지배구조법 적용을 받는 22개 증권사를 조사한 결과다. PF 부실로 회사 존폐가 불확실해 정부의 긴급 유동성 지원을 받은 증권사 4곳은 770억원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투자 손실을 이유로 지급이 유예되거나 조정된 성과급은 327억원에 불과하다. 금융시장이 증권사 부동산 PF 부실 위기 대응을 놓고 비상에 걸린 시기에도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얘기다.
증권사들은 수년 동안 PF 사업을 경쟁적으로 키워왔다. PF 주선뿐 아니라 자금도 적극 집행했다. 저금리 시대에 싸게 자금을 조달해 고금리를 받는 부동산 PF에 넣어두는 족족 이익으로 잡혔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활황을 타고 증권사 PF 투자금은 급증했다.
작년 고금리 환경이 닥치면서 부동산 경기가 급속히 식자 부동산 PF 부실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15.88%에 달한다. 2021년 말(3.71%)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금융업계 평균(2.01%)의 거의 8배다.
증권사들은 PF 부실 여부와 관계없이 담당자들에게 성과급을 내주는 이상한 성과급 체계를 갖춰 놓고 있다. 지배구조법을 적용받는 증권사들은 성과급의 40% 이상을 주식 등으로 3년 이상 분할 지급하는 게 원칙이다. 투자가 중장기에 걸쳐 결실을 맺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장기 성과를 따지라는 취지다.
하지만 증권사의 77%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보너스 전액을 일시에 현금으로만 주는 일도 예사로 벌어졌다. 작년 부동산 PF 성과보수 중 주식 비중은 2.8%(125억원)에 그친다.
PF 담당자는 단기에 성과를 올리고 성과급을 받는 데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부실 가능성이 있어도 어떻게든 사업을 진행시키려는 관성이 작동한다. PF 사업에서 개인적으로 시행사 지분을 차명으로 투자하는 식으로 사리사욕을 좇은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런 단기 성과주의와 모럴해저드가 부실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상식에 맞지 않는 성과급 잔치가 벌어지는 동안 뒷짐을 지고 있었던 금융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