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기업 대다수가 승계를 통해 기업 영속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의 수단으로 기업 승계를 재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24일 중소기업중앙회가 가족기업학회 연구(‘중소기업 승계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향’)를 분석한 결과, 업력이 오래될수록 중소기업의 경영성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기준 업력이 40년 이상인 국내 중소기업의 자산총액은 74조8100억원으로, 10년 미만 중소기업 자산총액(6조3800억원)의 12배에 달했다. 40년 이상인 기업의 매출(47조5000억원)과 10년 미만 기업의 매출(7조5000억원)은 6배의 차이를 보였다. 당기순이익도 각각 9000억원과 1000억원으로 9배가량 차이가 났다.
상속을 통해 기업이 오래 존속할수록 더 많은 사회·경제적 성과를 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 능력을 나타내는 피보험자는 40년 이상인 기업(21.80명)이 10년 미만 기업(2.59명)보다 8배 가까이 많았다. 연간 수출액도 23만달러와 3만달러로 8배가량 차이가 났다. 경영 승계가 이뤄지지 못해 폐업 등으로 소멸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체는 약 3만1052곳, 실직자는 56만8804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중기중앙회는 우수 장수기업의 사례를 널리 알려 재평가를 유도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백조씽크는 우수 장수기업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업체다. 창업주인 이성진 회장으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은 이종욱 대표는 1997년 외환위기 때 큰 위기에 직면했다. 500만원이 없어 부도가 날 뻔했지만 ‘주 5일 단축근무’로 비용을 절감하며 위기를 넘겼다.
분체업 국내 1위인 대가파우더시스템도 1998년 국가 경제가 휘청일 때 2세 경영인인 최은석 대표가 경영에 뛰어들었다. 최 대표는 취임 후 1년 만에 태국 SCG그룹에 설비를 수출했고,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로 수출을 확대하며 활로를 텄다. 1962년 창업한 삼화제지도 글로벌 명품시장에 주목한 김대호 대표가 2016년 대표로 취임하면서 수출에 속도를 냈다.
박화선 중기중앙회 기업성장실장은 “장수기업 대다수는 승계를 통해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전수한다”며 “기업 승계를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책임의 대물림’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