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 전문가가 지난해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 참여한 것을 두고 여야 간 논쟁이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이 “풍수지리가 국정에 개입했다”며 비판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풍수지리 전문가와 무속은 엄연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2일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가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보도는 충격적으로, 중대한 국정 사안을 풍수지리가의 조언을 들어 결정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말했다.
전날 경찰은 대통령 관저 후보지 중 하나였던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한 것이 역술인 천공이 아니라 백 교수인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이는 대통령 경호처의 CCTV 영상을 넘겨받아 해당 시설의 출입자들을 분석한 데 따른 것이다. 백 교수는 대선 직전에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을 예언했으며, “시대의 부름과 역사적 사명을 받아 등장한 인물”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백 교수가 무속인이 아니라 풍수지리 전문가인 만큼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백 교수는) 풍수지리학계 최고 권위자”라며 “(민주당이) 풍수지리학 전문가를 ‘무속 프레임’에 억지로 결부하려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계속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무속은 터부시하면서도 풍수지리는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대해왔다. 1997년 대선을 2년 앞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선친 묘소를 전남 신안에서 경기 포천의 명당으로 이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조상 묘를 이장했다.
반면 중요한 날짜의 택일 등 역술인의 개입은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다. 1972년 유신 조치를 단행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 1987년 대통령선거 날짜를 정한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이 점술가에게 날짜를 물었다는 소문이 당시 비중 있게 돌았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풍수지리와 무속 모두 비과학적인 만큼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많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출간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풍수지리는 무속과 함께 ‘민간신앙’에 묶인다. 사전은 민간신앙을 ‘종교적 체계 없이 민간에서 전승되는 주술적 종교’로 정의하고 있다.<br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풍수학 최고 권위자에게 무속 프레임을 씌우지 말라는 말이 집권여당에서 공식 논평으로 나온 게 맞냐”며 “풍수를 믿는지 관상을 믿는지는 개인의 자유지만, 공적인 판단을 하는 데 풍수나 관상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