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인투자자의 채권 순매수액(매수액-매도액)이 2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7개월도 채 안 돼 사상 최대액이었던 작년 순매수액을 넘어선 것이다. 금리 하락기에 대비해 ‘자본차익’과 ‘이자소득’을 노린 개인들이 채권 매수에 적극 나선 결과란 분석이다.
개인 채권 매수세 역대 최대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은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장외 채권시장에서 21조52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해 전체 개인 채권 순매수액(20조6113억원)을 뛰어넘은 수치다.
개인 채권 순매수액은 연초부터 증가세를 보였다. 올 4월에는 4조2479억원으로 월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5~6월에도 각각 3조원대 매수세를 보였다. 이달 들어선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우려 등으로 투자심리가 주춤해지면서 개인 채권 순매수액이 1조8153억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환매조건부채권(RP)을 통한 유동성 공급 등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나오면서 채권시장이 안정세를 찾고 있어 개인 순매수액은 월말까지 3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 이후 금리 인상으로 고금리를 찾는 개인이 증가한 가운데 채권 매매를 통한 자본차익을 노리는 수요가 가세하면서 채권 순매수액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채권은 금리가 떨어지면 가격이 올라 자본차익을 누릴 수 있다. 이르면 올해 말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 개인들이 채권 매수에 대거 나선 이유다.
채권 유형별로는 올 들어 개인이 가장 많이 산 채권은 한국 국채로 36%를 차지했다. 회사채는 25%로 뒤를 이었고, 캐피털채 등을 포함하는 기타금융채(21%), 은행채(10%) 등도 순매수세가 많았다. 장기 국채와 회사채 인기이달 들어서도 이런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달 개인 채권 순매수 상위 종목 1위는 30년 만기 국채(국고01500-5003)가 차지했다. 단기채보다 잔존 만기가 긴 장기채는 향후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더 큰 폭으로 오른다. 장기 국채는 표면금리가 낮기 때문에 이자소득세 부담을 낮추면서 매매차익에 따른 비과세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우량 신용도를 갖춘 회사채 선호도 역시 지속되고 있다. SK하이닉스(신용등급 AA)와 LG화학(AA+) 회사채는 이달 개인 채권 순매수 상위 20위권에 포함됐다.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도를 갖춘 점이 개인의 눈길을 끈 것으로 풀이된다. DGB캐피탈, 현대카드 등 금융채도 인기 매수 종목으로 꼽혔다.
고금리가 보장되는 일부 비우량 회사채 역시 채권 개미들의 관심이 크다. 예컨대 지난달 29일 열린 한진(BBB+)의 4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전체 주문량의 92%(2410억원)가 투자매매 중개업자 물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매매 중개업자 물량은 리테일 시장을 통해 개인들에게 배정된다.
장외 시장에서 직접 채권을 매수하는 게 부담인 일부 개인투자자는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에도 투자하고 있다. 특히 장기채 ETF나 만기매칭형 채권 ETF의 인기가 높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채권 투자 기회를 살피는 개인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들어 금리가 안정되면서 채권 매수 전략을 고려할 만하다”며 “다만 이번주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