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전환점을 맞아 굵직한 사건이 잇달아 터져 나오는 가운데 국내 언론조차 크게 다루지 않은 뉴스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금융사고 내부고발자에게 포상금 10억원을 지급한다는 소식이었다. 잇단 금융사고에 따른 자구책 성격이 짙지만 우리 경제의 대외 위상을 높이고 금융시장을 발전시키는 데 커다란 의미가 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 무역액, 시가총액 등으로 본 우리 경제의 하드웨어 위상은 세계 10위(G10)권을 다투는 대국이다. 선거철이 되면 G7을 뛰어넘어 G5도 가능하다는 공약이 남발하면서 일부 국민은 선진국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
우리 경제의 하드웨어 위상은 국제적으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금융 분야가 그렇다. 올해 3월 세계채권지수(WGBI) 선진국 편입이 불발됐다. 6월 MSCI지수 연례평가에서도 선진국 예비명단 재진입에 실패했다. 세계 3대 평가회사의 국가신용등급은 2016년 이후 정체됐다.
가장 큰 이유는 하드웨어에 맞게 소프트웨어 위상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는 경제 발전단계에 비해 가장 뒤떨어지는 국가로 분류된 지 오래됐다. 정치인을 중심으로 기득권층은 경제적 지대를 추구하는 고질병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최근 금융사고가 너무 잦아 우리 경제의 대외 위상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디스커버리, 라임, 옵티머스 사태가 아직 해결되지 못한 가운데 오히려 직간접 관련자가 대형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버젓이 오랫동안 꿰차고 있다.
일부 대형 그룹사 오너의 일탈 행위가 터져 나오고 상장사 임직원의 횡령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테라, 루나 등 김치코인 사태로 투자자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정작 그 책임자의 해외 도피생활은 화제가 되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의 코인 거래 사태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은행위기로 점철됐던 2분기 미국 은행들의 실적을 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서 비롯된 은행위기가 5월까지 지속된 점을 감안하면 2분기 미국 은행들의 실적은 ‘어닝쇼크’가 예상됐다. 하지만 위기 주체인 지방은행조차도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나타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를 맞은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정책 대응은 미숙했다. 가장 중요한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미국에서 과연 위기가 발생할 것인가”라는 안이한 자세로 때를 놓친 것이다. 위기 원인인 복잡한 파생기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위기 극복 방법도 구제금융으로 일관해 새로운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다.
오바마 정부 시절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 대통령과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 부의장이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리먼 사태의 경험을 살려 은행위기가 발생했을 땐 초기 대응부터 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선봉에 서서 금융위기라는 불명예를 다시 겪지 않기 위해 국민에게 예금 인출을 자제할 것을 호소했다.
위기 대응 과정에서도 최대 난제이던 시스템 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도덕적 해이 방지와 자기책임의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위기 발생 은행은 조기에 파산시키거나 과감히 인수합병을 유도해 추가 자산 손실을 막았다. 예금자를 확실하게 보호하는 데 주력해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지켜나갔다.
모든 위기의 뿌리인 금융사고는 사전 대비가 중요하다. 사후 대책도 또 다른 금융사고를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금까지 제시된 많은 예방 대책 가운데 내부고발자 제도가 가장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임종룡 회장의 내부고발자 포상금제가 눈에 들어온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사고 피해액을 감안해 포상금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다른 금융사도 금융사고와 관련한 내부고발자 포상금제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감독당국은 금융사고의 직간접 관련자를 발본색원해 금융권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금융사고자는 미국처럼 중형으로 다스릴 것을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