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미신과 풍수 차이

입력 2023-07-23 17:23
수정 2023-07-24 00:35
“박사에 대한 영원한 경의로 그 유택(幽宅)을 국립묘지에서도 가장 길지를 택하여 유해를 안장해드리고자 합니다.” 1965년 7월 27일 미국 하와이에서 서거 나흘 만에 돌아온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유해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안장할 때 나온 박정희 대통령의 조사다. 당시 묏자리를 고른 사람은 당대 최고의 풍수사로 손꼽히던 청오 지창룡(1922~1999)이었다. 나중에 한국역술인협회장을 지낸 지씨는 서울현충원과 대전현충원 입지 선정에 참여했고, 1974년 육영수 여사 묏자리도 잡았다고 한다.

풍수설에는 크게 주역을 기반으로 한 이기론(理氣論), 산의 모양을 중시하는 형기론(形氣論), 신통력·염력 등 초능력을 이용하는 잡기론(雜氣論)이 있는데 청오는 이기론의 대표주자였다. 노태우 대통령 때 신축한 청와대 본관의 터를 정했고,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의 풍수 자문을 한 것으로 유명한 하남 장용득(1925~1997)은 형기론, 김일성 사망 연도를 맞히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모의 묘소를 전남 신안 하의도에서 경기 용인으로 옮기도록 자리를 잡아준 ‘육관도사’ 손석우(1928~1998)는 잡기론으로 20세기 풍수 붐을 이끌었다.

지난해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에서 역술인 천공이 아니라 풍수지리 전문가가 개입했다는 논란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풍수학자인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가 지난해 3월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다녀갔다는 것인데, 더불어민주당은 “국정 운영에 풍수전문가가 관여하는 건 비정상이며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백 교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만난 적이 있는 전문가”라고 맞받았다.

관가나 기업들이 중요한 시기나 장소를 결정할 때 역술인이나 풍수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것은 오랜 관습이다. 합리적·과학적으로 구한 해답이 100% 완전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역술인이 바빠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런 자문들은 극히 보조적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결정 전후의 참고용 스토리 정도로 회자될 뿐이다. 풍수·역술·점술·명리학·무속 등을 싸잡아 ‘미신’이나 사이비 종교쯤으로 취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좀 불편한 구석이 있다. 정쟁거리라면 더욱 그렇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