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오는 10월 치러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국민의힘 소속 전임 구청장의 비위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인 만큼 패배 시 6개월 뒤 총선 민심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에서다. 후보를 내지 않으면 지역 민심 이탈이 예상돼 지도부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공천 고심 중인 與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10월 11일 예정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후보 공천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있다.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 소속 김태우 전 구청장이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확정판결을 받으면서 치러지게 됐다.
강서구는 전통적으로 야권 우위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는 여당 소속 김 전 구청장이 승리했지만, 2020년 총선에서는 갑·을·병 지역구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이겼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후보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이번 선거는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최대 격전지인 서울에서 치러진다는 의미가 있다. 보궐선거 결과가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김 전 구청장이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만큼 ‘무공천’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국민의힘 당규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인하여 재·보궐선거가 발생한 경우 선거구의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당내에선 2021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이 무공천 원칙을 깨고 후보를 냈다 둘 다 패배하고 여론까지 악화한 사례가 타산지석으로 거론된다. 수도권 한 의원은 “여당 잘못으로 치러진 선거인데 무공천 원칙을 깨고 후보를 내면 보궐선거뿐 아니라 총선 때도 역풍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野는 전략공천까지 검토다만 무공천이 ‘선거 포기’로 비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친윤계 한 의원은 “아예 후보를 내지 않으면 지역 민심이 돌아설 것”이라며 “보궐선거에서 지더라도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강서) 승리를 위해 후보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공천 여부는 선거 막바지에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야당 후보의 경쟁력을 비롯해 당과 정부 지지율 등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으로 직을 박탈당한 게 아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공천은 할 수 있다”며 “여러 변수가 많아 공천 여부는 더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공천을 기정사실화하고 후보 선정에 한창이다. 지난 12일 마감한 1차 후보 공모에는 권오중 전 세종시 경제부시장과 정춘생 전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 등 13명이 지원했다. 당은 이들에 대한 검증이 마무리되는 대로 경선 여부를 비롯한 공천 방식을 결정할 방침이다. 당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들 후보 사이에는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달라졌다’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전략공천까지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정치권 출신이 아니면서도 참신한 후보를 내세우기 위해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전략공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길성/전범진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