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男, 혼밥·혼술에 위암 증가…증상 없어도 정기검진 받아야

입력 2023-07-21 18:31
수정 2023-07-28 16:20
음식을 과도하게 적게 먹는 ‘소식좌’ 열풍이 꺾인 뒤 ‘빅사이즈’ 식품이 인기다. 기존 라면보다 큰 용기의 초대형 라면은 ‘완판’ 행렬이 이어지면서 중고나라에서 웃돈을 주고 거래될 정도다.

이런 초대형 식품 섭취가 늘어나는 것은 위 건강 측면에서 생각하면 달갑지만은 않다. 잘못된 식습관으로 각종 위장관 질환이 생길 수 있어서다. 위식도 역류성 질환과 대장질환은 물론 위암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식습관의 영향을 많이 받는 위암과 나트륨 섭취 등에 대해 알아봤다. ○짜게 먹는 식습관, 위암 위험 높여
위암은 소화기관인 위에 생기는 모든 암을 말한다. 음식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짜거나 탄 음식을 자주 먹는 식습관은 위암 위험을 높이는 대표 요인이다. 국내 하루 권장 나트륨 섭취량은 2000㎎이다. 하지만 찌개나 염장 음식을 자주 먹는 식습관 등의 영향으로 한국인은 이보다 많은 3038㎎을 섭취한다.

최성일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는 “대용량 식품을 소비하면 정해진 양보다 많은 양을 먹게 돼 위에 부담이 된다”며 “그만큼 더 많은 나트륨을 섭취할 수밖에 없어 위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흡연이나 과도한 음주, 필수영양소 결핍, 헬리코박터균 감염 등도 위암 발생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가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신규 위암 환자는 2만6662명이다. 갑상샘, 폐, 대장암 다음으로 환자가 많다. 신규 암 환자를 포함한 전체 암환자를 보면 갑상샘암 다음으로 환자가 많은 게 위암이다. 국내 위암 환자는 33만217명이다. 인구 10만 명당 643.1명이 위암 환자다.

성별로 보면 남성 위암 환자가 여성보다 두 배 정도 많다. 전문가들은 나쁜 생활습관 등에 노출될 위험이 더 높은 탓으로 추정했다. 최 교수는 “남성은 술을 많이 마시고 담배를 많이 피운다”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등 다양한 원인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혼밥, 혼술이 유행하고 배달 음식, 간편식을 자주 섭취하는 것도 위암 발생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위암 신규 환자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60대다. 이 연령대 환자가 29.7%를 차지했다. 70대 26.1%, 50대 20.2% 순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젊은 나이라고 안심해선 안 된다. 나이가 젊은 환자 중엔 전이가 빠른 미만성 위암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다. 암이 빨리 퍼지고 치료도 까다롭다.

위암은 주로 위점막의 선세포(샘세포)에서 발생하는 위선암을 지칭한다. 미만성 위암은 암세포가 위 점막이 아닌 점막 아래나 근육층을 통해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점막 아래 발생하기 때문에 위내시경으로도 찾아내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암이 공격적으로 퍼져 위암 주변 림프샘 등 여러 기관으로 전이되기도 쉽다. 통계청의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30대 암 사망의 주요한 원인은 위암과 유방암이었다. ○조기 위암 특별한 증상 없이 발견위암이 조기에 발견되는 환자는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다.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환자가 많다. 위 점막층과 점막 바로 아래층에만 암이 있는 상태다. 조기 위암 증상으로 궤양이 생겼다면 속 쓰림 증상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위암 탓에 체중이 줄고 복통, 구토, 식욕감소, 위장관 출혈 등이 생겼다면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체중 감소를 제외하면 체하거나 소화가 잘 안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증상만으론 암을 감별하기 쉽지 않다. 위암 정기 검진을 통해 최대한 이른 시기에 암을 찾는 게 중요한 이유다.

조기 위암 중 크기가 작고 전이 가능성이 없으면 내시경 시술로 치료한다. 이보다 좀 더 진행했다면 수술로 암세포를 없앤다. 최 교수는 “수술은 ‘혹만 떼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눈에 보이는 암 덩이 주위로 암세포가 미세하게 퍼져 있을 수 있다”며 “조기 위암은 암 주위로 최소 2㎝, 진행성 암은 최소 3㎝ 이상 떨어진 부위까지 절제해야 안전하다”고 했다.

위암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생존율이 상당히 높다. 정기 검진을 통해 일찍 찾으면 90% 이상 완치된다. 위암 검진권고안에 따르면 40대 이후라면 최소 2년에 한 번은 검진을 받는 게 좋다. 가족 중 위암 환자가 있거나 상복부통증, 소화불량,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있다면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위축성 위염이나 위 점막이 장 점막처럼 바뀐 장상피화생 등은 위암이 일어나기 전 선행 질환으로 본다. 이들 증상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으면서 위 상태를 추적 관찰해야 한다.

위암은 특정한 한 가지 원인으로만 생기진 않는다. 하지만 예방을 위해선 건강한 식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짠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은 적게 먹는 사람보다 위암 발병률이 4.5배 높다. 질산염이나 아질산염이 많이 든 훈제음식 섭취는 피하는 게 좋다.

비타민이 많이 든 신선한 야채와 과일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금연도 필수다. 비흡연자보다 흡연자의 위암 발생 위험은 2~3배 정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