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가 수소전지 성능 저하시킨다니…수소전지 '아이러니'

입력 2023-07-21 16:52
수정 2023-07-21 18:51
수소 연료전지의 성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바로 수소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고려대는 신소재공학과 김세호 교수 연구팀이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Baptiste Gault 교수) 연구진과 함께 원자단층 촬영 현미경(APT)을 이용해 이 같은 사실을 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가장 작은 원소인 수소가 재료 내부에 쉽게 침투해 때로는 수소 취화를 야기, 소재를 파괴하기도 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연구팀은 연료전지 음극재에서 수소산화 반응이 일어날 때, 수소의 촉매 표면 흡착과 촉매 내부에 침투하는 과정에서 촉매 특성을 높여주는 ‘도펀트 원소’들이 촉매에서 제거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또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소가 촉매의 화학조성을 바꿔 촉매 특성을 저하시키는 원인이었음을 새롭게 밝혀냈다.

기존의 연료전지 촉매 설계 방법으로 많이 사용되는 도핑(doping)은 반도체 공정과 같이 의도적으로 연료전지 촉매에 소량의 도펀트 원소를 첨가해 우수한 촉매 특성을 개발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기존 분석 기술로는 촉매에 존재하는 극소량 도펀트 원소들의 3차원 분포를 파악하기 어려워 촉매의 역할 및 작용 원리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


이번 연구는 APT로 수소 연료전지 촉매 내부에서 극소량의 도펀트 원소들 변화를 확인해 수소 연료전지 음극재의 근본적인 성능 저하 원인을 밝혀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수소 연료전지 촉매에서 수소의 악영향(Dopant Evolution in Electrocatalysts after Hydrogen Oxidation Reaction in an Alkaline Environment)’ 논문은 국제 학술지 ‘ACS 에너지 레터스’에 지난 14일자로 온라인 게재됐으며 8월호 표지 논문으로도 채택됐다.

김세호 고려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그동안 수소 연료전지 촉매 분야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수소 연료 자체가 일으킬 수 있는 문제와 원인을 규명한 것”이라며 “앞으로 수소경제 소재에서 수소의 악영향을 억제할 방법이 연구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