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25일 10:2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NPX캐피탈이 성인 웹툰 2위 플랫폼인 투믹스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해 코스닥 전환사채(CB)를 활용한다. 지난해 6월 2020억원의 기업가치로 인수한 투믹스의 나스닥 상장이 어려워지면서다. 코스닥 수성샐바이온 인수…우회상장 포석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NPX캐피탈이 투믹스 인수를 위해 설립한 투믹스홀딩스는 지난달 코스닥 지게차 제조업체인 수성샐바시온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하고 대규모 자금 조달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 1일 투믹스홀딩스는 수성샐바시온의 최대주주인 샐바시온투자조합으로부터 조합지위 및 경영권 지분 9.71%를 195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수성샐바시온은 이달 17일 임시주총을 열어 유영학 투믹스 대표이사 등 투믹스 인사들의 이사회 진입도 승인했다. 계약금 20억원은 계약일 당일 납부됐고 중도금 110억원은 내달 17일까지 지급될 예정이다. 잔여 65억원은 중도금 납입 13개월 후까지 내기로 했다. 잔금이 납입된 직후 이사를 선임해주는 통상의 상장회사 인수합병(M&A)은 아니다.
투믹스홀딩스는 지분 확보와 함께 수성샐바시온에 2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및 27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추가로 매입하겠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 대금 중 150억원은 이달 28일, 100억원은 내달 3일이 납입일이다. CB 납입일은 이달 31일까지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투믹스홀딩스의 수성샐바이온 지분율은 약 40%까지 늘어난다.
수성샐바시온은 얼머스인베스트먼트와 바로벤처스, 아스톤리버제5차 등을 대상으로 별도로 CB를 발행해 총 202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CB의 담보로는 투믹스홀딩스가 보유한 투믹스 주식 41%가 제공됐다. 발행목적은 "타법인증권취득자금"으로 기재됐다. 납입일은 이달 28일이었지만 31일로 한차례 연기됐다.
수성샐바시온은 전체 700억원이 넘는 자금 조달을 마무리하면 투믹스홀딩스가 보유 중인 투믹스 지분 100% 중 최대 41%를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CB 투자자들에게 회사가 보유하게 될 투믹스 지분 41%를 담보로 제공한 것이다.
투믹스홀딩스는 수성샐바시오에 투믹스 지분을 팔면 '나간 돈'보다 '들어온 돈'이 많게 된다. 투믹스 지분 매각 대금을 수성샐바시오 인수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투믹스 인수과정에서 짊어졌던 부채를 정리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NPX캐피탈은 투믹스 지분 100%를 2020억원의 기업가치로 인수하는 과정에서 기존 대주주 등 매도인에 약속한 인수대금 중 300억~400억원 가량을 마련하지 못해 거래 종결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일부 대금 지급을 미루는 대신 투믹스홀딩스가 보유한 투믹스 지분 상당수를 다시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마무리했다. 원금에 더해 연 15%에 달하는 이자도 물어야 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투믹스의 지분은 투믹스홀딩스가 59%, 수성샐바이온이 41%를 나눠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용 트럭 및 적재기 등의 물류장비 제조업체 수성샐바이오는 이번 투자와 동시에 사업목적에 웹툰 등 신사업을 추가했다. PEF가 투자조합이 대주주로 있던 코스닥 적자기업을 자금 조달 통로로 활용한 셈이다. NPX캐피탈은 추후 투믹스홀딩스와 수성샐바시온간 합병을 통한 투믹스의 우회상장도 검토 중이다. 해외 상장 막히며 투자유치 애로 NPX캐피탈이 투믹스 인수를 발표한 지난해 6월만 하더라도 이처럼 복잡한 코스닥 CB를 활용한 인수구조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NPX캐피탈은 미국에 설립한 법인인 테라핀스튜디오를 통해 투믹스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투믹스홀딩스가 투믹스 지분 100%를 보유한 지배구조를 짰다. 인수 과정에서 투믹스의 기업가치는 2020억원으로 평가됐다.
출자자 면면도 화려했다. 대림과 우리은행이 각각 550억원과 100억원, 위메이드플레이가 150억원을 출자한 프로젝트펀드가 테라핀스튜디오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투믹스 인수 대금을 조달했다. 이해욱 대림 회장과 사무엘 황 NPX캐피탈 대표간 친분이 반영됐다. 어펄마캐피탈도 500억원을 선순위로 출자했다.
다만 계약 직후부터 자본시장이 냉각기를 맞으며 상황이 바뀌었다. 계약 두달 뒤인 지난해 8월 NPX캐피탈은 코스닥 상장사인 B사에서도 자금을 받았다. 또 다른 법인인 NPX테라핀엑세스로 B사 자금이 유입됐고 이 법인이 테라핀스튜디오에 출자해 지분 약 10%를 확보했다. 당시 B사 측은 투믹스의 IP 독점권과 공동경영권을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자금을 조달했지만 NPX캐피탈은 매도자에 약속한 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었다. 지난해 10월까지만해도 NPX캐피탈은 테라핀스튜디오의 프리IPO를 진행한 후 곧바로 나스닥에 스팩 상장해 투자금을 돌려주겠다는 계획을 투자자들에 밝혀왔다. 하지만 해외 스팩 시장이 급냉기를 맞이한 데다 스팩 상장과정에서 주주들이 물어야할 세금 문제까지 겹치며 해외상장이 어려워졌다. 국내 상장으로 선회하더라도 성인 웹툰 플랫폼 특성상 장벽이 크다보니 투자금 회수를 둘러싼 우려가 컸다.
상장이 막힌 미국법인 테라핀스튜디오에 출자한 주주들의 불만이 쇄도하자 NPX캐피탈은 기존 테라핀스튜디오 주주들을 국내 법인인 투믹스홀딩스의 주주로 바꿔주는 주식교환을 추진하고 있다. 어펄마캐피탈 외 예스24 등 테라핀스튜디오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을 투믹스홀딩스 지분으로 교환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NPX캐피탈은 인수 구조 변경을 끝내고 올해 초 국내 PEF 및 자산운용사로부터 투믹스홀딩스에 500억원을 조달하겠다 나섰지만 이마저도 성사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8월 투믹스홀딩스가 발행한 150억원 규모 CB에 투자한 디딤이앤에프가 올해 2월 조기상환권을 실행하면서 조달에 불똥이 붙었다. 투믹스 측은 올해 초까지 디딤이앤에프를 활용한 우회상장을 두고 협상해왔지만 주가 하락으로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담보로 맡긴 최대주주 지분이 대거 반대매매로 시장에 풀려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무산됐다. 코스닥 우회 조달…기존 LP와 대립도 불거져NPX캐피탈이 코스닥에서 대거 자금 모집에 나선 건 주요 출자자인 대림과 갈등을 겪으면서다. 대림은 NPX캐피탈이 해외 상장을 포함한 자금조달 전반에 관한 보고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보고 내부적으로 운용사 교체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NPX캐피탈 측은 법적으로 운용사 교체 사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NPX캐피탈은 새로운 LP를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NPX캐피탈은 연예인 클라라의 배우자로 알려진 사무엘 황 대표(사진)가 창업한 PEF운용사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기계공학 학사와 재료과학·공학 석사를 지낸 황 대표는 2009년 중국 상하이에서 애드테크 기업 ‘뉴 패스웨이 에듀케이션'을 설립했다. 창업 5년 만에 글로벌 사모펀드인 CVC캐피탈파트너스에 매각하며 엑시트에 성공했다. 매각 대금으로 NPX캐피탈을 설립해 영유아 콘텐츠 '아기상어’로 유명한 스마트스터디, 인공지능(AI) 기반 에듀테크 기업 뤼이드, AI 학습 애플리케이션 콴다 운영사 매스프레소, MCN 기업 트레저헌터 등에 투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