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거래 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한 것처럼, 블록체인 생태계의 금융 거래 양상도 '오프체인'에서 '온체인'으로 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웹3 매스어돕션(대중화)을 이끌 '온체인 경제'의 키는 스테이블코인이에요"
백종찬 겟핍닷컴(PIP) 대표는 22일 블루밍비트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겟핍닷컴은 가상자산(암호화폐)의 송금 및 결제를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트위터 같은 SNS에서 코인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소셜페이', 전용 URL을 개설해 코인을 받을 수 있는 '핍미', 웹사이트에 결제 버튼을 생성할 수 있는 '페이버튼', 상대방의 지갑 주소를 몰라도 링크를 통해 돈을 보낼 수 있는 '페이먼트링크', 코인 기반 송장을 발행하는 '인보이스' 등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웹3 버전의 이커머스 플랫폼 '체크아웃'을 출시했다.
겟핍닷컴은 현재 78개국에 걸쳐 50만 명 규모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인도네시아 28%, 인도 19%, 베트남 13% 등 은행 계좌가 없는 개발도상국 사용자가 주를 이룬다. 스테이블코인을 필두로 한 가상자산 소액결제를 통해 이들이 모바일만 갖고도 글로벌 금융 인프라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음은 백 대표와의 일문일답.
Q. 겟핍닷컴을 창업하게된 계기는
초창기에는 트위치 스트리머나 유튜버가 수많은 시청자와 '소셜 인게이지먼트(social engagement, 사회적 참여)'를 통해 막대한 수입을 버는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거주 국가나 환경에 상관 없이 누구나 온라인에서 소셜 인게이지먼트를 하며 돈을 벌 수 있게 된 거죠. 이렇게 번 돈은 최종적으로는 은행 계좌가 있어야 송금이나 결제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에는 은행 계좌 없는 없는 인구가 세계은행 통계 기준으로 약 17억 명입니다. 이들은 신용, 자본, 신원도 없을 뿐더러 은행 접근성도 떨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현금 경제에 발이 묶여 있죠. 틱톡을 찍고 유튜브 라이브를 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환경은 갖추고 있는데, 계좌가 없다보니 온라인을 통한 수익 창출이 불가능합니다.
이건 큰 문제임과 동시에 사업 기회이기도 했죠. 웹3의 중립성과 무허가성을 이용한다면 이런 문제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요. 게다가 마침 2020년 즈음부터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유의미한 볼륨(200조 원 가량)으로 커지기 시작했고요. 여타 가상자산과 달리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인프라에 의존하지 않고도 가치 변동성 없이 어디로든 전송될 수 있는 특징을 가졌습니다. 그것도 소액 단위로도 송금하는 게 가능했죠. 그래서 트위터 같은 SNS에서 누구나 은행 계좌가 없이 돈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셜페이(Social Pay)'를 만들게 됐습니다.
Q. 왜 가상자산 소액결제에 주목했나
오프라인에서 돈을 보내는 행위는 단순히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 이외에 다양한 용도가 있습니다. 길거리 음악가에게 소액을 기부하거나, 레스토랑 웨이터에게 팁을 주는 등 돈의 사회적 용도가 존재합니다. 다만 인터넷 상에서 글로벌로 소액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그동안 없다보니, 돈을 이러한 사회적 용도로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블록체인을 통해 글로벌 '마이크로페이먼트(micropayment, 소액결제)'가 가능해졌고, 전세계 어디든 100원 단위도 낮은 수수료에 보낼 수 있게 됐습니다.
이미 사람들은 트위치, 아프리카티비, 유튜브에서 크리에이터에게 어떠한 대가도 없이 돈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기존 후원 서비스의 문제는 각 플랫폼이 각자의 결제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플랫폼 간 호환이 되지 않는다는 점, 크리에이터가 결국엔 은행 계좌가 있어야 한다는 점 등 한계가 존재합니다. 겟핍닷컴은 트위터, 트위치, 레딧, 디스코드, 깃헙 등 플랫폼과 상관없이 중립적인 송금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사용자는 가상자산 지갑만 가지고 있다면 언제든지 다양한 SNS에서 돈을 보낼 수 있는 것이죠.
Q. 온체인 경제에 스테이블코인이 중요한 이유는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모든 암호화폐는 결코 가격 안정성을 가질 수 없을 것입니다. 실질적인 결제와 송금 시장은 스테이블 코인의 규모에 맞게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결제 서비스 또한 95% 이상의 거래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근 눈에 띄는 사례를 들자면 유엔난민기구가 우크라이나 전쟁 실향민들에게 구호금을 USD코인(USDC)으로 지급한 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시민은 지급받은 USDC를 전 세계 머니그램 ATM에서 달러, 유로, 혹은 우크라이나 화폐로 인출해서 생계비, 연료비 등을 조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이 나오면서 인터넷 상에서도 현실과 똑같이 어떤 사회적 용도를 하는 돈의 지불이 가능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개도국의 웹3 금융 서비스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의외로 웹3 서비스에 대한 개도국의 포용력은 높은 편입니다. 대안이 없어서 UI·UX(사용자환경·경험)가 불편한 웹3 지갑과 서비스를 쓰는 것도 물론 맞지만, 웹3 서비스를 이용하면 현지 급여 대비 큰 돈도 벌고 글로벌 금융 시장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큰 장벽이 아닙니다. 개도국에서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은 온라인 시장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받은 스테이블코인으로 식료품이나 일상 서비스를 구매하곤 합니다. 현지 화폐 가치가 폭락하고, 달러 인출이 제한적이고, 은행 계좌 개설이 어려운 개도국의 시민들 입장에선 온체인의 스테이블코인을 굳이 법정화폐로 환전해 오프체인으로 이동시킬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스테이블코인 그 자체를 현지 혹은 글로벌 금융 거래에 계속해서 사용하는 거죠.
Q. 대부분 은행 계좌를 가진 한국에서도 웹3 금융이 필요할까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커지고 웹3 기반의 송금 결제 효용성이 커진다면 은행 계좌를 갖고 있는 국내 사업자들 중에서도 해외 고객과 수출입 업무를 할 때 웹3 송금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국내 사업자가 베네수엘라의 어느 강소기업에게서 원자재를 수입하고 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개도국은 여러 정치적, 경제적 상황으로 정부 주도로 은행이 폐쇄되거나, 현금 인출이 막히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또 미국의 제재 때문에 글로벌 은행 네트워크에서 배제되기도 하죠. 은행을 통해서는 돈을 현지 기업에게 보낼 수 없습니다. 이러한 비즈니스 상황에서라면 겟핍닷컴의 글로벌 송금 결제 서비스가 매우 유용할 것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 말 글로벌 버전의 토스(Toss)를 지향하는 모바일 앱인 '피어머니'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토스의 사용자 친화적인 UI·UX를 벤치마킹하되, 블록체인의 무허가성을 얹어 컴퓨터(PC) 보급률이 낮은 개도국에서도 글로벌 금융 거래를 가능하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앞으로 온체인 경제는 계속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능력껏 노동력을 제공하고, 글로벌 시장의 임금 기준으로 스테이블코인을 급여로 받고, 이를 환전 없이 온라인 마켓에서 사용하는 시장 경제가 개도국을 중심으로 도래하는 것이죠. 겟핍닷컴은 이런 온체인 경제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해나갈 계획입니다.
<블록체인·가상자산(코인) 투자 정보 플랫폼(앱) </strong>'블루밍비트'에서 더 많은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조연우 블루밍비트 기자 told_u_so@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