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부위원장 "전환사채 악용 시 엄중 제재"

입력 2023-07-20 10:28
수정 2023-07-20 11:01

금융당국이 전환사채(CB)를 악용한 불공정거래 차단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0일 한국거래소와 자본시장연구원 주최로 열린 '전환사채 시장 공정성·투명성 제고 세미나'에 참석해 "전환사채를 악용한 불공정 거래를 차단해 기업의 자금 조달 수단이로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환사채란 특정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을 말한다. 비교적 안전한 자산인 채권의 성격과 수익성이 높은 주식의 성격을 동시에 갖춰 인기 있는 투자수단이다. 기업은 회사채에 비해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는 다양한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다만 김 부위원장은 "이같은 전환사태의 특수성을 악용해 편법으로 지분을 확대하고 부당이득을 얻는 등 전환사채가 불공정거래의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전환사채 발행·유통과정에서의 '투명성' 부족이라고 짚었다. 김 부위원장은 "대부분 사모로 발행돼 시장에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환사채의 과도한 발행에 따른 일반투자자의 지분희석과 시장충격도 우려된다고 했다. 콜옵션·리픽싱 등 전환사채에 부여된 다양한 조건이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김 부위원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전환권, 콜옵션 등 기업의 지배구조와 지분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가 보다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환사채 발행회사가 만기 전에 취득한 사모 전환사채를 재매각하는 등 전환사채가 시장에서 과도하게 누적되면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개선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 부위원장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관계기관의 조사 역량을 집중해 전환사채를 불공정거래에 악용하는 실제 사례에 대해서는 엄중 제재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들이 전환사채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한 노력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 발제를 맡은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환사채가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고 기존 주주의 보유지분이 희석될 우려가 있다면서 콜옵션 행사자 지정, 발행회사의 만기 전 전환사채 취득 시 공시의무 부과, 담보 약정 전환사채 발행 시 공시 강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후 이뤄진 패널 토론에서는 국내 전환사채 시장의 문제점과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전환사채가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만큼 적정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