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시장에 두루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들에서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2차전지 '소재주'에 집중한 ETF들의 상장 즈음해서다. 전문가들은 '시장 내 자금 이동'으로 보고 투자자들이 특정 시장 내에서도 잘 될 테마를 선별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일 코스콤 증권단말기 등에 따르면 2차전지 소재주에 집중한 'TIGER 2차전지소재Fn'가 상장한 지난 13일 당일부터 3거래일간 이 ETF에 쏠린 개인 순매수액은 881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동시에 기존의 다른 2차전지 관련 ETF들로부터는 이 기간 550억원가량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세부적으로 보면 2차전지 시장 전반에 투자하는 'TIGER 2차전지테마'(168억원)와 'TIGER KRX2차전지K-뉴딜'(30억원), 'KODEX 2차전지산업'(87억원), 'KBSTAR 2차전지액티브'(3억원) 등에서 300억원 가까운 돈이 이탈했다. 여기에 올 들어 상장한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Fn'(87억원), 'SOL 2차전지소부장Fn'(183억원)에서도 적지 않은 금액이 빠졌다.
TIGER 2차전지소재Fn은 전체 ETF 중 상장 첫날 기준으로 개인 순매수액이 가장 많이 몰린 상품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상장 당시 신탁원본액이 무려 1080억원으로 애초에 미래에셋운용이 큰 규모로 설정하기도 했고, 신규 상장 효과도 봤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같은 수급 움직임을 보고 "투자자들이 단순 2차전지 섹터에서 그치지 않고 보다 승률이 높은 세분화된 테마로 돈을 옮겨넣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TIGER 2차전지소재Fn의 기초지수를 살펴보면 소재·셀·장비 등 2차전지 관련 기업들 중에서도 소재주만 골라서 투자한다. 수직계열화(계열사들을 통해 제품의 원자재 생산부터 판매까지의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하는 것)가 잘 된 기업으로 알려진 에코프로와 POSCO홀딩스를 약 35%, 에코프로비엠·LG화학·포스코퓨처엠 등 양극재 3사를 약 40%의 비중으로 담고 있다. 이와 달리 2차전지 산업·테마에 투자하는 기존 ETF들은 배터리 사업 전 분야에 투자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내 주요 종목들 비중 쏠림이 적은 편이다.
앞서 비슷한 콘셉트로 최근 상장한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Fn, SOL 2차전지소부장Fn과 비교해도 종목 구성은 서로 달랐다. 삼성운용(브랜드명 KODEX)의 상품은 미래에셋운용(TIGER) 상품 대비 포스코퓨처엠 비중이 높은 대신 POSCO홀딩스는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고 있다. 또 엘앤에프를 TIGER보다 2배 수준의 비중으로 더 많이 담고 있다. 신한운용(SOL)의 상품은 앞선 두 운용사와 달리 소재와 부품, 장비 전반에 투자하기 때문에 에코프로·POSCO홀딩스·에코프로비엠·포스코퓨처엠·LG화학 등 5개 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양극재 비중이 높고 수직계열화 모델이 잘 구축된 기업들에 집중됐단 점이 개인 투자자들을 이끈 요인으로 분석된다"며 "2차전지 산업이 유망하다지만 개인들이 산업에 투자했던 돈을 빼서 소재주 특화 ETF로 자금을 옮겨넣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다. 이는 곧 각 ETF의 자산구성내역(PDF)을 비교해가며 종목을 선별한다는 의미이기도 해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습관이 더 똑똑해졌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ETF의 경우 특정 테마의 산업이나 시장 ETF를 투자하게 되면 본인이 원하지 않은 종목에도 투자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개인들로선 시장에 보다 압축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아 애로사항 중 하나"라며 "때문에 세분화된 테마 ETF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날로 높아지며 최근 들어서도 추세적으로 상승 중인 ETF에 개인들이 올라타는 경향이 보인다"고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