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극단 선택 교사에 갑질?…한기호 "내 손주 그 학교 안 다닌다"

입력 2023-07-20 08:31
수정 2023-07-20 11:09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 담당 학생의 할아버지가 3선 국회의원으로 외압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의혹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한 가운데,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한 의원은 20일 오전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글을 올릴 필요도 없지만,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기에 쓴다"며 "제 친손자는 서울에 살지 않으며 초등학생도 아니다. 외손자·손녀는 그 학교에 다니지 않으며 외손녀는 중학생인데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하냐"고 적었다.

또 한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과 있는 단체 대화방에서도 "OO초등학교에 다니는 손자·손녀가 없는데, 어제부터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며 "사고가 난 학교에 제 손자·손녀인 재학생은 없다.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갑질할 자식으로 키우지도 않았다"고 호소했다.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가 지난 18일 교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뒤 온라인상에서는 '학생의 학부모가 구의원이다', '학부모가 법조인이다', '조부모가 3선 국회의원이다' 등 확인되지 않은 헛소문이 퍼졌다.

이 과정에서 소문의 내용과 실제 신상이 일부 일치하는 정치인 등의 실명이 가림없이 거론됐다. '마녀사냥이 될 수 있으니 자제하라'는 의견도 나왔지만, 의혹의 확대재생산은 반복됐다. 네티즌들로부터 당사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한 의원도 무분별한 의혹 제기에 참다못해 이런 해명 글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이 학교 교사 A씨는 지난 18일 오전 학교 교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과 교육 당국은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A씨가 학교 폭력 업무를 담당하면서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왔으며, 특정 학부모가 지속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학폭 담당은 교사들 사이에서 기피 업무"라고 말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A교사는 1학년 담임 및 학폭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학교폭력 사건이 (사망의) 주요한 원인이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SNS상에서 유포되고 있다"며 "교육 당국과 경찰 당국에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수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파악이 끝나지 않았다"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학교 구성원이 받을 충격을 감안해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 우리 교육청은 학교 구성원의 심리 정서 안정 지원과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활동 지원을 위한 조치를 모색하고 있다. 교육감으로서 아픈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 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 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