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 인수전에서 발을 빼기로 했다. “왓챠 인수대금이 200억원 미만으로 내려오면 다시 검토하겠다”던 종전 입장에서 한 발 더 후퇴했다.
LG유플러스 고위 관계자는 20일 “더 이상 왓챠에 대해선 인수 논의를 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냈다”며 “매각 가격이 아무리 낮아져도 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2~3년은 OTT 인수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확정했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오랜 기간 OTT 매물을 찾아왔다. IPTV(인터넷TV)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상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왓챠는 LG유플러스와 궁합이 맞는 플랫폼으로 꼽혔다. 하지만 넷플릭스 등 해외 OTT가 시장을 독식하는 구도가 자리잡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올해 상반기엔 “왓챠 인수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몸값’이 낮아지면 다시 살펴보겠다”로 입장을 정정했다. 인수할 가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최근의 일이다. 회사 관계자는 “왓챠는 이미 핵심 인력 상당수가 이탈해 알맹이가 없다”며 “당분간 명맥은 이어가겠지만 성장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특색 있는 토종 OTT라는 얘기를 들으며 ‘넷플릭스 대항마’로 꼽히던 왓챠지만 최근 상황은 녹록지 않다. 2019년 이후 4년째 자본잠식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왓챠의 자본 총계는 4년 연속 ‘마이너스’다. 2019년 557억원, 2020년 696억원, 2021년 346억원, 2022년 600억원 등 매년 결손금이 잡히고 있다. 영업손실도 2020년 155억원에서 2021년 248억원, 지난해 555억원으로 계속 불고 있다.
이 회사의 외부감사기관인 신한회계법인은 왓챠에 대해 “계속기업(영업을 계속할 것이라는 전제 조건)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평가했다.
기존 이용자도 이탈하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왓챠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달 68만435명에 그쳤다. 지난해 6월(108만7233명)보다 37.4% 급감했다. 넷플릭스의 지난달 MAU(1142만1447명)와 비교하면 17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같은 시기 또 다른 토종 OTT인 티빙, 웨이브의 MAU는 각각 519만1249명, 394만5336명을 기록했다.
피인수나 추가 투자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OTT업계 경쟁력은 콘텐츠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자본력에서 나온다”며 “LG유플러스 외에 왓챠의 새 주인으로 거론된 웨이브, 리디 등도 자본력 등을 이유로 일찌감치 인수 의사를 접은 상태”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