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불체포특권 포기했는데…이재명 체포동의안 또 온다면?

입력 2023-07-21 06:00
수정 2023-07-21 06:37


더불어민주당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직후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일찍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경계해 온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은 물론,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도 발부 가능성이 큰 검찰의 '2차' 체포 동의안을 부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돌아선 이화영에 일각선 "與 전통 주류의 손절 신호"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다시 커진 것은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기존의 입장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최근 검찰에 "쌍방울이 이재명 경기지사(현 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을 대납하기로 한 것을 당시 이 지사에게 사전에 보고했고 이후 대북 송금이 진행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으로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은 이재명 대표의 제3자 뇌물죄 혐의 수사로 이어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방북 비용 대납과 관련해 조만간 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만약 검찰이 비회기 기간인 오는 29일에서 다음 달 15일 중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이 대표는 법원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다음 달 15일 이후 영장을 청구하면 '방탄 국회' 논란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전 부지사의 심경 변화로 이 대표가 난처한 상황이 되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재명 손절 신호"가 나왔다는 해석도 나왔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화영 그분은 이해찬 사람이다. 이해찬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를 '손절'했다는 신호로 해석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해찬, 이화영 두 사람 관계를 민주당 사람들은 안다. 거의 일심동체처럼 움직인다고 본다"며 "이 전 부지사가 마음을 바꾼 것은 결국 이해찬 전 대표 측이라는 한 세력, 어떻게 보면 민주당 내 전통적 주류 세력이 (이재명 대표를) 손절했다는 신호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때문에 하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날아오면 찬성하는 표가 이번에는 훨씬 더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李 반발에도…당내선 "체포동의안 부결 어렵다" 목소리 커져

당장 이 대표를 비롯한 최측근 의원들은 "검찰이 정치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는 이화영 전 부지사의 진술 내용이 알려진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수사를 해야 하는데 자꾸 정치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일부 친명계 의원들도 검찰의 압박 수사를 문제 삼았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20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업악된 상태에서 강요된 진술 아니었겠나"라며 "신빙성이 없다"고 했다.

다만 이 대표에 대한 '2차' 구속영장이 청구된다면, 지난 2월과 달리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점치는 목소리가 크다. 비명계는 물론 일부 친명계 의원들 역시 체포동의안 부결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체포동의안을) 어떻게 처리하는가를 보면 민주당의 이번 (불체포특권 포기) 당론 결의라고 하는 게 얼마만큼 진정성 있는가가 만천하에 알려지게 될 것"이라며 "만약 결의했는데도 불구하고 또다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지 않고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다면 국민들로부터 받는 비난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 말했다.

친명계인 안민석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로) 체포동의안 부결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그래서 앞으로 방탄 국회 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의 강압성을 지적한 정성호 의원 역시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가) '정당한 영장 청구의 경우'라고 얘기했지만, 어차피 정당성의 여부는 우리 의원들이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법원이 판단할 문제이기 때문에 불체포특권 포기를 사실상 당론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