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바이오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세포 배양배지 공장 가동이 초읽기에 들어갔고,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의료데이터를 인공지능(AI)과 결합해 새로운 헬스케어 서비스로 확장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부산시도 관련 기술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세포 배양배지 공장케이셀바이오사이언스는 19일 부산 기장군에 수백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세포 배양배지 제조 공장을 건립한다고 밝혔다. 공장은 내년 초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케이셀바이오사이언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세포 배양배지 생산량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세포 배양배지는 배양육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세포 먹이다. 줄기세포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고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세포가 단백질을 분출하도록 돕는 셈이다. 배양육 제조 기업은 전 세계 200여 곳에 달한다. 케이셀바이오사이언스는 인공 배양육 시장이 조만간 열릴 것으로 보고 대응하고 있다.
특히 호주 등 많은 국가의 배양육 제조 선도 기업과 수백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최근 계약을 토대로 세계 최대 규모의 세포 배양배지 제조 공정을 들일 예정이며 연구개발(R&D)센터를 동시에 건립해 연구개발인력을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강기용 케이셀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3년 이내로 배양육이 일반 육류를 대체할 정도로 가격이 낮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주 등 배양육 제조 기업 및 배지 소재를 생산하는 CJ제일제당과 함께 공급망을 구축 중”이라고 설명했다. ○수학 모델로 진단기술 강화다수의 대학병원 등 부산이 보유한 풍부한 의료 인프라에 AI 등 데이터 처리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서비스를 구현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가 주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센터는 2020년부터 30개월간 시범운영 기간을 마치고 최근 정식 센터 설립을 시작했다. 부산시는 특히 의료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부산의료수학센터가 지역 바이오산업의 견인차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일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부산의료수학센터는 최근 동아대병원과 함께 정신질환 관련 환자군을 분류하는 모델을 수학적으로 개발해 정확도를 끌어올렸다. AI 진단 모델의 성능을 계산해 가장 정확하게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할 수 있는 모델을 골라냈다. 또 딥러닝 기법을 이용해 뇌 단층 촬영 이미지 복원 장치와 뇌 질환 판단을 위한 중기 데이터 예측 기법 등의 특허를 내기도 했다.
스마트폰으로 치아 사진을 찍으면 충치 여부를 가리는 서비스를 제공 중인 스타트업 큐티티도 부산의료수학센터의 도움을 받고 있다. AI 기반의 치석과 보철물 식별 모델, 치아 번호 식별 모델, 나아가 치주질환 식별 모델까지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큐티티는 기술 개선을 통해 2년 내 50억원의 추가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에 수출할 계획이다.
윤강준 부산의료수학센터장은 “수학을 기반으로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이어 앞으로는 양자 관련 기술도 의료 분야에 접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는 바이오산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17일 강대희 서울대 의과대 미래발전위원장을 시의 첨단의료산업 정책고문으로 위촉하기도 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