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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형 투자회사들이 운용하는 펀드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주식을 추가 매수하기 어려워졌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기술주 주가가 급등하면서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 한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분산형(diversified)’으로 분류되는 펀드들은 한 종목의 투자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일 수 없는 규제를 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1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 금융회사 피델리티의 대표 뮤추얼펀드인 ‘콘트라펀드’는 지난 5월 말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벅셔해서웨이 주식을 추가 매수할 수 없었다. 당시 이들 주식이 콘트라펀드 전체 운용자산의 32%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이유로 미국 투자회사 블랙록의 기술주 중심 투자 펀드(Technology Opportunities Fund)도 애플, MS, 엔비디아 주식을 더 담을 수 없었다. 미국 은행 JP모간체이스의 대형주 투자 뮤추얼펀드(Large Cap Growth Fund) 역시 MS, 애플, 엔비디아, 알파벳, 아마존 주식이 비중 한도를 넘겨 매수가 막혔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7% 이상 상승했다. 이 때문에 펀드의 포트폴리오에서 기술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하게 높아졌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규정한 한도까지 차올랐다. SEC는 분산형으로 등록된 뮤추얼펀드에 편입 종목의 비중 한도를 적용하고 있다. 펀드 구성 당시 포트폴리오에서 5% 이상을 차지한 종목의 비중이 향후 25%를 넘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FT는 “최근 증시 랠리를 고려하면 러셀1000 성장지수 등 대형주를 추종하는 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 다른 펀드들도 보유 한도를 넘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SEC의 이른바 ‘25% 룰’을 어겨도 별도의 제재는 없다. 비중이 한도를 넘긴 종목을 추가 매수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는 정도다. 다만 25% 룰을 어긴 펀드가 손실을 내면 투자자들이 법적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 운용사는 펀드를 ‘비분산형’으로 재분류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티로프라이스는 운용 펀드 대부분을 비분산형으로 바꿔 특정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길을 찾아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주주들의 승인이 필요하고, 위험회피형 투자자들이 이탈할 수 있어 문제다. 시장에서는 25% 룰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펀드가 상승 가능성이 큰 종목을 추가로 담아 수익률을 높일 기회를 차단해서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