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형이, 오늘은 아우들이 선전했다. 전날 종가 기준 16년 만에 코스닥시장에서 '황제주' 지위를 획득한 에코프로의 뒤를 이어 이튿날인 19일 증시에서 양극재 제조사인 에코프로비엠이 큰 폭 올랐다. 친환경 솔루션 계열사인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상한가로 치솟았다. 그룹주 주가가 사이좋게 상승 행진을 이어가면서 에코프로 형제에 투자한 이들은 연일 '대박'을 터트렸다.
시장 전문가들은 "보합으로 끝났을 시장을 에코프로그룹주가 멱살 잡고 끌어올리는 형국"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에코프로그룹주의 활약이 길어질수록 이들 종목의 소속시장인 코스닥의 변동성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소수 종목과 업종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전일 대비 3만5000원 오른 36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역대 최고가다. 전날은 지주사인 에코프로의 급등세로 장중 한때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빼앗기기도 했지만, 이날은 에코프로비엠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에코프로와의 시총 격차를 더 벌렸다. 이날 종가 기준 에코프로비엠의 시총은 35조3063억원으로 에코프로보다 5조5632억원 더 많다.
에코프로의 또 다른 계열사인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상승폭은 더 컸다. 약세 출발한 주가는 갈수록 힘을 받더니 가격제한폭(29.87%)까지 상승한 8만2600원에 거래를 끝냈다. 앞서 전일 공매도 투자자들의 쇼트 스퀴즈 영향에 사상 처음으로 종가 100만원을 넘기는 등 활약을 폈던 에코프로는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에코프로 형제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은 '축제' 분위기다. 포털 등 각종 종목 토론실에는 실시간으로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에이치엔 모두 마지막까지 주차 예쁘게 해줘서 고맙다', '에코프로는 내렸는데도 화가 안 난다', '여기가 천국 아닐까요', '공매도 투자자로서 눈물만 나온다', '매 순간이 고점이다. 지금이라도 사는 게 맞다', '짜릿한 기분이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 보는 느낌이다', '추매 간다…지금 팔면 평생 후회다' 등 의견이 올라왔다.
가파른 급등세에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르고 있다. 증권사 한 시황 담당 애널리스트는 "올 들어서 에코프로그룹주의 움직임은 우리 손을 떠났다고 생각한다. 조정을 받다가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크게 오른다"면서 "일반적으로 고평가됐던 주식이 적정가격을 찾아가는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이 전혀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확실한 것 같다"고 했다. 덧붙여 "왜 오르냐고 물어보셔도 당장은 '모르겠다'는 답만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소수 종목 쏠림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포착된다. 이 경우 코스닥시장 내 다른 섹터의 수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고, 지지받는 업황이 꺾일 경우 주식시장 전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시가총액을 계산해보면 코스닥시장의 전체 시총은 446조1793억원으로, 이 가운데 에코프로 삼형제의 시총은 66조3136억원이다. 비중으로 따지면 세 기업이 전체 시장의 14.86%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세 기업의 작년 말(12월 31일) 코스닥 내 비중이 3.9%에 불과했단 점을 감안하면 불과 약 7개월 사이 지배력이 크게 강화한 것이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별다른 재료가 없어 보합으로 끝날 시장도 에코프로그룹주가 견인해서 끌어올리는 장이 연일 연출되고 있다. 일부 종목의 지수 내 비중이 높아지면 시장 왜곡 현상이 일어나기 쉬워진다"면서 "지수가 2차전지 업종지수 흐름을 따라가는 양상을 띠면서 수급도 뒤따를 텐데, 이렇게 되면 2차전지를 제외한 다른 섹터에선 자금들이 기계적으로 빠질 우려도 있다"고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