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골프 논란' 홍준표 "지적 겸허히 수용…심려 끼친 점 사과"

입력 2023-07-19 14:43
수정 2023-07-19 15:53

홍준표 대구시장이 19일 전국에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15일 골프를 친 것과 관련해 "수해로 상처입은 국민과 당원동지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이날 대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원칙과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못한 점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홍 시장은 경북 지역에서 집중 호우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지난 15일 대구 동학동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쳐 논란을 빚었다. 홍 시장이 골프를 친 시간에 대구시는 공무원 비상근무 제2호가 발령된 상태였다. 비상근무 2호 때는 소속 직원은 연가가 중지되고 전 직원의 20% 이상이 비상 근무해야 한다. 하루 전인 14일에는 집중 호우로 가로수가 쓰러지는 등 수해 피해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간 홍 시장은 이를 둘러싼 당안팎의 비판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 홍 시장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윤재옥 원내대표와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주말 골프가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부적절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괜히 그거 쓸데없이 트집 하나 잡았다고 벌떼처럼 덤빈다고 해서 내가 기죽고 ‘잘못했다’고 할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홍 시장이 사흘 만에 사과에 나선 건 당 윤리위원회 징계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 윤리위는 오는 20일 홍 시장에 대한 징계 개시 여부를 정할 예정이다. 당안팎에선 홍 시장에 대한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당 윤리규정 22조는 '자연 재해 등 국민 슬픔 잠겨 있을 때 당직자와 당 소속 공직자는 유흥, 골프 등 국민정서 반하는 행동 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06년 홍문종 전 새누리당 의원은 수해 지역에서 골프를 치다 제명 당한 바 있다.

'국민 감정선을 건들였다'는 당내 비판 여론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이번 논란이 국민 반감을 키울 것이란 인식이 지배적이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인간적으로 가져야 할 기본적인 공감 능력"이라며 "고위공직자 기본자세와 매우 거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한 라디오에서 "홍 시장이 보여주고 있는 여러 가지 반응이 당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현 대표는 전날인 18일 윤리위 징계와 별개로 당에 진상 파악을 지시한 바 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