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합의했다고 해줘" 4000만원 건넨 30대 1심 뒤집고 실형

입력 2023-07-19 13:32
수정 2023-07-19 13:49

강간죄 혐의를 벗기 위해 피해자에게 위증을 부탁하며 수천만원을 건넨 30대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창원지법 형사4단독 강희경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30대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9월 경기도 수원시 한 카페에서 피해자 B씨에게 "합의하고 성관계를 한 것이라고 증언해주면 4000만원을 주겠다"고 위증을 교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앞선 2019년 11월 B씨를 강간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던 중이었다.

A씨는 B씨에게 이 같은 제안을 하며 B씨가 위증죄로 처벌받을 경우 변호사 비용을 비롯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의 약속 이행 각서를 써 공증까지 받아냈다.

그다음 달 A씨에게 4000만원을 받은 B씨는 실제로 2020년 12월 A씨의 강간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해 합의하고 성관계를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일로 A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검찰의 항소로 이어진 재판 과정에서 위증한 것이 드러난 B씨는 지난해 4월 위증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B씨는 지난해 11월 A씨에 대한 강간 사건의 항소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4000만원을 주겠다고 해 마음이 흔들렸다"고 위증 사실을 밝혔다.

결국 A씨는 지난 1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지난 6월 대법원에서도 상고가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A씨는 B씨를 강간하지 않았으며 B씨가 먼저 돈을 요구해 돈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 주장대로 강간하지 않고 위증을 교사한 일도 없다면 억울하게 무고를 당한 것인데 자신을 무고한 B씨에게 4000만원을 준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위증을 교사한 내용은 강간 사건의 핵심적인 것으로 진실 발견을 곤란하게 해 국가 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를 저해하는 범죄로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