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전세사기를 저지른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이 세입자로부터 편취한 전세보증금은 353억원에 달한다.
서울특별시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범죄단체 등 조직, 사기 혐의로 총책 공인중개사 A씨(38)를 비롯한 범죄집단 7명과 중개보조원 2명을 검거했다고 19일 밝혔다. 이중 A씨 등 3명은 구속됐다. 이들은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서울·경기·인천에서 세입자를 속여 153세대로부터 빌라 전세보증금 353억여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일당은 이들은 '동시진행'으로 불리는 수법으로 전세사기 범행을 벌였다. 동시진행은 매매가격만큼 부풀린 전세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받아 곧바로 명의대여자 이름으로 부동산을 사들이는 무자본 갭투기의 일종이다.
함께 검거된 분양사업자 B(39)씨, 팀장급 중개보조원 3명은 A씨와 부동산 매물을 물색하고 세입자를 확보한 뒤 매매가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받아내 그 돈으로 빌라를 사들여 명의대여자 2명에게 소유권을 넘겼다.
이 과정에서 명의대여자를 전세보증금 반환 의사와 능력이 있는 투자자 또는 임대사업자로 포장해 세입자를 속였다. 그러나 명의대여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임대보증보험에 가입한 뒤 전세 계약이 만료되기 전 파산신청을 하고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HUG가 부담해야 했다.
경찰은 범행 대상이 된 153세대에 대해 몰수보전을 신청하는 한편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중개보조원 20명을 추가 입건해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임대차 계약서 작성 직전 또는 직후 체결된 매매계약으로 임대인이 바뀌거나 전세보증금과 매매대금이 비슷한 경우 전세 사기 가능성이 있으니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