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해외진출 20년…글로벌ETF 1000억弗 넘었다

입력 2023-07-18 17:51
수정 2023-07-26 16:41

2017년 겨울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고위 임원들을 긴급 소집했다. 미국의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글로벌X’ 인수 계획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ETF가 아직 성장 초기 단계이던 시절, 신생 ETF 운용사에 5200억원을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안팎에서 만류했다. 하지만 박 회장의 뜻은 확고했다. 앞으로 ETF가 대세 상품으로 떠오르고 글로벌 포트폴리오 구축이 운용사의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X 인수 직후 박 회장은 “글로벌X는 15년 전의 미래에셋처럼 경쟁력 있는 회사여서 투자를 결정했다”며 “미래에셋이 그리는 글로벌 그림의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글로벌X ETF ‘급성장’박 회장의 밑그림은 현실이 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세계에서 운용 중인 ETF 순자산이 1000억달러(약 127조원)를 돌파했다고 18일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한국,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세계 14개 지역에서 모두 538개 ETF를 운용하고 있다. 순자산 기준으로 전 세계 ETF 운용사 중 13위다. 해외 진출 20년, ETF 시장 진출 17년 만에 거둔 성과다.


나라별로 살펴보면 미국 ETF 운용법인인 글로벌X의 운용자산(AUM) 규모가 427억3000만달러(약 54조원)로 가장 크다. 2018년 인수 당시보다 약 네 배 늘어난 AUM이다. 이어 한국(290억7000만달러), 캐나다(202억1000만달러), 호주(39억2000만달러), 홍콩(14억4000만달러), 일본(11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글로벌X는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2차전지, 전기차, 핀테크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테마 ETF를 많이 선보였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이들 ETF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AUM이 급증했다. 엔비디아를 집중적으로 담고 있는 ‘글로벌X 로보틱스&아트피셜 인텔리전스 ETF’는 올해 40.12%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순자산 규모 3조원을 넘어섰다. ‘글로벌X 나스닥 100 커버드콜 ETF’(올해 수익률 18.46%)는 미래에셋 단일 펀드로는 처음으로 순자산 규모 10조원을 돌파했다.

글로벌X 인수는 미래에셋이 글로벌 ETF 운용사로 발돋움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처음부터 미국 금융당국의 승인을 얻어 미국 ETF 시장에 진출했다면 상당한 시간이 지체돼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조금 웃돈을 주더라도 기존 ETF 운용사를 인수한 게 신의 한 수가 됐다”고 설명했다.“자본시장의 다음 성장축은 인도”미래에셋운용은 2006년 국내에서 처음 ‘TIGER ETF’를 선보인 뒤 2011년 국내 운용사 중 처음으로 홍콩증권거래소에 ETF를 상장하며 본격적으로 글로벌 ETF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ETF 시장은 ‘KODEX’ 브랜드를 앞세운 삼성자산운용이 독과점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후발주자인 미래에셋이 글로벌 시장에 나가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던 박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강조하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미래에셋운용은 2011년 캐나다 ‘호라이즌 ETFs’를 시작으로 2018년 미국 ‘글로벌X’, 2022년 호주 ‘ETF 시큐리티’(현 글로벌X 오스트레일리아) 등 ETF 운용사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최근 박 회장이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인도다. 인도는 중국을 대체하는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2018년 처음 인도 ETF 상품을 선보인 뒤 13개까지 라인업을 확장했다. 박 회장이 특히 높이 평가하고 있는 건 인도의 인적 경쟁력이다. 글로벌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인도의 정보기술(IT) 전문 인력이 미래 핵심 역량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