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초대형 산불, 여름에는 폭우로 인한 산사태 등 신종 재난이 늘어나면서 가뜩이나 지방소멸 위기로 갈 길 바쁜 지방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3년 새 초대형 산불의 60% 이상이 집중된 경북은 갈수록 잦아지는 대형 재난에 행정력이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 부족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500억원을 들여 1만L 용량의 자체 산불 헬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산사태까지 신종 재난으로 등장하자 산림재난방지법 등 대형 재난을 방지할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최근 경북지역 산사태 피해와 관련해 “수백 년 동안 아무 일 없이 살던 마을에 발생한 수해 피해인 만큼 기상 이변에 따른 재해 관리 방식을 중앙과 지방정부 차원에서 재검토할 때가 왔다”며 “기록적인 폭우로 예측하기 힘든 신종 재난이 일어난 만큼 중앙정부와 함께 합동 연구조사를 실시하고, 새로운 대책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지금까지 경북 북부지역에 900㎜ 가까운 비가 내렸다. 이는 1973년 이후 50년 동안 대구·경북 장마 기간 평균 누적 강수량(292.2㎜)의 세 배가 넘는 수치다.
지난해 울진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등 경북지역 산불 피해도 최근 급증하고 있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지역 산불 피해 면적은 1만6788ha로 전국 피해 면적(2만2474ha)의 67.7%에 달했다. 2020년과 2021년도 각각 58.1%, 68.5%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면적이 가장 넓은 경북에 산불이 집중되고 있다. 2017~2019년 전국(894~3244ha)의 2~10% 수준과 비교해 급증했다.
이 지사는 “경북의 산림면적은 133만ha로 강원도(136만ha)에 이어 가장 넓지만 보전산지 비율이 81%나 돼 산을 통해 얻는 이익은 적은 반면 재난 대응 비용과 부담은 천문학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국토 대개조 차원에서 100만㎡ 미만의 보전산지 해제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하는 등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마을이 있는 작은 산을 깎아 나무를 심고 스마트팜과 산업단지로 활용하는 등의 안전 및 활용 강화 안을 제시했다. 경상북도는 대형 산불이 이어지자 산림청 헬기와 별개로 도비 250억원 등 500억원을 들여 1만L 규모의 대형 소방헬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신종 대형 재난이 지방에 집중되면서 산림재난 방지 및 대응 권한과 체계를 재정비하고 산림 보호에 방점이 찍힌 현행 법령을 개편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성주 고령 칠곡)은 지난해 12월 산림보호법에서 산림재난과 관련한 내용을 분리·체계화한 ‘산림재난방지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국회 내 후속 심사가 이뤄지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정 의원이 발의한 산림재난방지법은 기존 산림보호법의 산림재난방지 체계를 묶어 재정비했다.
구체적으로 △산림재난 위험 예측력을 높이기 위해 산림재난 정보시스템 구축·운영 △산림재난 초동 조치 및 지휘를 위해 중앙산림재난상황실 설치·운영 △산림재난 방지를 위해 산악기상관측망 구축·운영 △산림재난 방지를 위한 연구·조사, 교육, 국제교류를 수행할 ‘산림재난안전기술공단’ 설립 등의 내용을 담았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