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김포 단지 내 상가, 90억짜리 40억에 통째 매각

입력 2023-07-18 18:04
수정 2023-07-26 16:40


올해 들어 분양가의 절반 가격에 팔리는 ‘통매각 상가’가 늘어난 건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금리 급등과 지역 상권 붕괴 여파가 크다.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주자인 상가에서 과거와 달리 임대수익을 올리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수익성 악화와 투자자 외면, 개발업체 할인 매각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상가 수익률 1% 밑돌아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소규모 상가(2층 이하이고 연면적 330㎡ 이하)의 투자수익률은 0.58%, 중대형 상가(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30㎡ 초과)와 집합상가(대형 상업시설 내 구분상가)는 각각 0.69%, 0.84% 등을 나타냈다. 모든 유형의 상가 투자수익률이 1%대를 밑돈다. 집합상가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소규모·중대형 상가는 작년 4분기 1%대가 붕괴했다.

투자수익률은 3개월간 상가 보유 때 얻는 월세(소득수익률)와 부동산 매도차익(자본수익률)을 합산해 산출한다. 쉽게 말해 투자금 1억원으로 소규모 상가를 샀다가 3개월 후 매도하면 총 58만원의 수익을 낼 것이란 얘기다. 같은 금액을 연 4%짜리 시중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뒀을 때 수익(99만원·3개월 기준)의 절반 수준이다. 투자자 사이에서 “상가를 사느니 차라리 저축하는 게 낫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대출이자까지 부담해야 하는 투자자에게 수익률은 사실상 마이너스인 셈이다.

소규모 상가 투자수익률은 작년 1분기 1.47%를 기록한 뒤 2분기 1.43%, 3분기 1.2%, 4분기 0.8% 등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구의 올 1분기 소규모 상가 투자수익률은 0.19%에 불과하고 제주(0.25%), 인천(0.38%), 경남(0.41%) 등도 평균(0.58%)을 밑돈다. 한 상가 분양 관계자는 “지방 상가를 사면 임대료보다 대출 이자가 더 높게 나온다”며 “땅값이 계속 오르는 만큼 상가 개발업체가 분양가를 획기적으로 낮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매각·수익 보장…자구책 골머리상가 미분양 문제가 장기화하자 업계에선 할인 통매각이나 임대수익 보장 등의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통매각 사례가 적지 않다. 경기 오산의 한 오피스텔 상가(20실)는 최근 분양가 75억원보다 40% 할인된 45억원에 매물을 내놨다. 대구 수성구의 오피스텔 상가 역시 분양가보다 40%가량 싼 가격에 상가를 공급하고 있다.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임대수익 보장’을 내건 곳도 있다.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의 ‘힐스테이트 동탄역 센트릭’은 3년간 5%의 임대수익률 보장제를 적용하고 있다.

울산 ‘태화강 반도유보라 팰라티움’ 단지 내 상가는 이례적으로 ‘월 임대료 3년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아파트는 모든 주택형이 1순위 청약 마감에 성공할 정도로 흥행했지만, 상가는 분양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공급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체 99개 실 중 37개 실만 나눠 분양했다.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위축으로 상가 입주 물량은 감소세다. 부동산R114의 전국 상가 입주 물량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전국 3만5639개에 달하던 상가 입주 물량은 지난해 3만4965개에 이어 올해 3만1174개로 줄어들고 있다. 대형 건설회사 담당자는 “신규 사업은 대부분 대폭 축소됐는데, 진행 중인 사업이 문제”라며 “공사비조차 내지 못하는 사업장이 늘면서 20~30% 할인 매각은 기본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에 쌓인 미분양 상가를 소화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한 개발업체 대표는 “비교적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는 주택과 달리 수익형 부동산 대출은 여전히 고금리”라며 “상가 미분양 해소까지 적어도 2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유오상/심은지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