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택시를 몰았다는 60대 택시 기사가 여성 승객으로부터 성추행당해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여성 승객은 "다리 만져달라", "나 꽃뱀 아니다" 등 발언을 여러 차례 이어갔으며, 자기 신체 부위에 강제로 기사의 손을 끌고 오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택시 기사 A씨는 "제가 보통 야간 영업을 많이 했는데, 그 일이 있고 난 후로 여자 손님만 타면 계속 불안하다"며 "최근에는 회사도 그만뒀다. 혹시 또 잘못될까 봐 지금도 좀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 그런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앞서 A씨는 지난 5월 24일 새벽 1시 30분께 20대로 추정되는 젊은 승객 B씨를 태웠다. A씨는 "(조수석에 탑승한 B씨가) 목적지를 가는 도중 느닷없이 '블랙박스를 꺼달라'고 할 때부터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목적지 도착 이후 B씨가 택시비를 계산하더니, 택시에서 내리지 않고 갑자기 "다리를 만져달라"고 요구했다는 것.
A씨는 "(B씨가) 오른팔에 엄청 힘을 가하면서 잡아당겨서 자기 허벅지 쪽으로 손을 끌고 갔고, 저는 굉장히 완강하게 거부했다"며 "한 10분 동안 (B씨가) 차 안에서 팔을 잡아당기고, 계속 자기 허벅지 쪽으로 손을 끌고 가고 그런 상황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그가 B씨의 요구를 지속 거부했으나 B씨는 "경찰에 신고 안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라거나, "나 꽃뱀 아니다"라는 말을 하며 계속 자기 신체 부위를 만져달라고 했다고 한다.
현재 A씨는 B씨의 행동에 불쾌감을 느꼈다며 성희롱당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그는 "내가 혹시 잘못되지 않나 싶어서 블랙박스 칩을 빼서 경찰 지구대를 찾아갔다"면서도 "지구대에서 영상을 틀어보시더니 '크게 잘못한 게 없으니까 괜찮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후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회사에 알렸고, 다음 날 해당 영상을 본 회사 관계자는 "비슷한 일을 겪었다"며 해당 승객의 인상착의도 비슷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에 이번 사건이 우발적인 성추행이 아닌 합의금을 노린 계획범죄일 수 있겠다는 의심이 들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현재 경찰서에 이 사건과 관련된 고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