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생물학적 물질의 상호 작용을 다루는 바이오포토닉스를 활용해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는 전자약을 국내 대학 연구팀과 벤처기업이 개발했다.
계명대에 따르면 이종하 계명대 교수와 박은빈 인셉션랩 대표는 바이오포토닉스를 활용해 해마를 직접 자극하는 방식의 알츠하이머병 치료 전자약을 개발했다. 이 방식은 직접적이고 근본적인 알츠하이머병 치료가 가능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인셉션랩은 계명대 의용공학과 인공지능 컴퓨터 진단 연구실 출신인 박 대표가 2020년 4월 창업했다. 대경기술지주로부터 초기 투자 유치 및 벤처기업 인증, 팁스(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연구과제 수주 및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인셉션랩이 기술 개발에 성공한 ‘바이오포토닉스 기반 알츠하이머 치료 디바이스’는 알츠하이머 치료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명대 인공지능 컴퓨터 진단 연구실 소속인 인셉션랩이 이 교수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고, 팁스 R&D 사업을 통해 자체 추가 기술 고도화를 추진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이런 기술 및 바이오포토닉스 기반 치료 기술은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CES) 2023에서도 소개됐다. 내년 1월 열릴 예정인 ‘CES 2024’에도 참가해 바이오포토닉스 기반 알츠하이머 치료 디바이스에 대해 적극 알릴 계획이다.
계명대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치료 방법과 관련해 다년간 기술력을 축적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전체 치매의 약 70%가 알츠하이머병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츠하이머병의 정확한 발병 기전이나 원인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교수팀과 인셉션랩은 특정 스펙트럼의 빛을 조사하면 산화스트레스 때문에 손상된 해마세포의 생존율을 높이고 기억력을 증진하는 단백질(BDNF) 발현이 증가한다는 것을 밝혀내면서 치매 치료 기술에 대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해마에서 만들어지는 BDNF는 신경세포 분화와 기억력을 증진하는 단백질로, 노화가 진행될수록 손상되고 생성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BDN의 발현을 연구팀이 포토바이오모듈레이션 센서로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인공지능(AI)에 BDNF 발현과 빛의 스펙트럼 사이 상관관계를 학습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치료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매개변수로 센서를 설계해야 하는지 AI가 알아내도록 만들었다. 박 대표를 포함한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AI와 포토바이오모듈레이션 기반의 알츠하이머 치료 기술에 대한 기틀을 마련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은 초기 단계인 만큼 기술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 결과로 기술 선점은 물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뇌세포 손상에 대한 바이오메디컬기기의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치료법에 대해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를 통해 과학적 타당성을 검증받고 있다. 알츠하이머병뿐만 아니라 욕창 진단 및 치료 기술을 함께 개발하면서 의용공학과 의공학에 기반한 다양한 고령 친화 기술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연구팀의 차별화된 문화와 자율성이 보장된 R&D 교육 방식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바람직한 연구실 문화 조성 및 연구윤리 정착을 위해 2020년부터 매년 ‘건강한 연구실’을 선정하고 있다. 계명대 연구팀이 지난해 선정됐다. 연구원들의 자율, 소통, 다양성을 중시하고 수평적 조직 문화와 상호 존중 등을 바탕으로 자유적 개발 환경에서 건강한 연구 문화와 우수한 연구 성과를 이뤄낸 점이 호평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향후에도 연구팀이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연구원들이 연구에만 집중하며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건강한 연구실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