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해군 중사가 고령의 택시기사를 무차별 폭행하는 모습이 공개돼 시민들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해군 중사의 아버지뻘인 택시기사는 폭행으로 갈비뼈 5개가 골절되는 전치 6주의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해당 사건은 지난달 19일 오후 11시께 부산 남구에서 벌어졌는데, 지난 13일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한블리)에서 집중적으로 조명됐다. 방송에서는 폭행 가해자인 해군 중사 A(25)씨의 범행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을 보면 만취 상태로 택시에 탑승한 A씨는 아버지뻘인 택시기사 B(65)씨에게 반말로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이어 "처맞을래" 등 욕설과 폭언을 퍼부으면서 B씨를 향해 손찌검하는 시늉을 하거나 운전석을 넘어 운전 중인 B씨를 위협했다. 공포에도 약 7분간 운행을 이어간 B씨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목적지인 해군 숙소 앞에 도착한 뒤 B씨는 출동한 경찰을 기다리며 차 밖으로 피신했다. 하지만 A씨는 따라 내려 계속해서 욕설을 쏟아냈다. "문신을 보여주겠다"면서 돌연 윗옷을 벗기도 했다. 그러다 A씨는 결국 B씨의 허리를 발로 찼고, 이 충격으로 사이드미러에 복부를 세게 부딪힌 B씨는 비명을 지르며 절규했다. A씨는 이어 쓰러진 B씨 몸 위에 올라타 마구 짓눌렀다.
폭행은 택시 기사 비명을 듣고 달려온 경비원 등의 만류에도 계속됐으며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이 도착하고도 한동안 욕설과 난동은 이어졌다. A씨의 폭행으로 B씨는 갈비뼈 5개가 골절되는 전치 6주의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B씨는 방송에서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 그 자리에서 한동안 울었다. 솔직히 죽고 싶다"고 토로했다.
경찰이 도착해 관할 파출소로 이동한 뒤 A씨의 해군 동료들과 상관들까지 몰려 와 선처를 요청했는데, 이 상황에도 정작 A씨는 술에 취해 쓰러져 자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B씨를 더 경악하게 한 건 우르르 몰려온 해군들의 태도였다. A씨의 한 상관은 B씨에게 "젊은 군인을 죽이려고 하냐"며 "청춘을 망치지 말아달라"고 선처를 요구했다. B씨 딸은 "젊은 가해자의 인생은 불쌍하고 무고한 60대 노인이 맞은 것은 괜찮은 것이냐"고 반문했다.
A씨는 범행 당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현재 징계 등 조치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 가족은 A씨의 구속을 위해 1408명에게 탄원서를 받아 제출했지만, 결국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연락을 전달받았다. B씨 가족은 혹시 모를 보복에 두려워하고 있다.
사연을 접한 한문철 변호사는 "운전 중인 사람을 위협하면 특가법(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을 적용해 무겁게 처벌하게 돼 있다"며 "가해자가 택시 안에서는 협박·위협만 했고 차에서 내려서 폭행했기 때문에 처벌이 가벼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이어 "피해자가 전치 6주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가해자에게 실형이 선고된다면 징역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집행유예를 받더라도 이는 공무원(군인)직 박탈 사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사연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공분하면서 온라인을 통해 A씨의 엄벌을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등을 보면 "택시기사 폭행 해군 처벌 원한다", "택시기사 폭행한 해군 중사 엄벌에 처하라", "군인이 사람을 때렸다고 해서 찾아왔다" 등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