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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주요 성장동력인 부동산, 내수 소비, 수출이 모두 부진에 빠졌다. 경제 주체의 자신감 상실과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심화로 불황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2위 중국의 경기 침체로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투자 감소세 지속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6.3%로 집계됐다. 투자은행 UBS는 작년 2분기 성장률이 0.4%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성장률은 2% 안팎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지난 1분기 2.2%에서 2분기에 0.8%로 뚝 떨어졌다. 전분기 대비 성장률을 보조지표로 내놓기 시작한 2013년 2분기부터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4분기까지 중국은 26분기 연속 전분기 대비 성장률을 1%대로 유지했다. ‘제로 코로나’ 조치 해제에도 불구하고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2분기에 1% 아래로 내려간 것은 중국 경제가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국가통계국이 이날 내놓은 다른 지표들도 중국 경제의 불황 현황을 여실히 보여줬다. 올 상반기 중국의 부동산개발투자는 5조8550억위안(약 1032조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9% 감소했다. 중국의 부동산 투자는 작년 연간 -10%로 23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줄었다. 올해 1분기 -5.8%로 다소 반등했다가 2분기 들어 감소폭이 커졌다.
부동산 관련 핵심 지표로 꼽히는 신규주택 착공 면적은 올 상반기 24.9% 급감했다. 중국 당국은 작년 말부터 부동산 개발 업체의 대출 규제 완화, 주요 도심 2주택 보유 허용 등 부양책을 내놨다. 하지만 3년간의 제로 코로나 통제로 인한 주택 구매 심리 악화와 디플레이션 우려, 인구 감소 등의 요인으로 위축된 시장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주택단지를 신설하는 중국의 부동산 산업은 건축업, 금융업 등 연관산업 파급효과가 커 국내총생산(GDP)의 25%가량을 차지한다. 토지사용권 매입을 통해 지방정부 재정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부동산이 침체하면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인프라 투자 여력도 줄어든다. 내수 소비·투자도 부진6월 주요 경제지표 가운데 내수 경기를 보여주는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3.1%로 집계됐다. 상하이 봉쇄 등이 있었던 작년 4~5월에 대한 반작용으로 올 4~5월에는 18.4%, 12.7%로 뛰었다가 기저효과가 사라지자 급락했다. 음식료 소비는 16.1% 뛰었으나 상품 소비 증가율은 1.7%에 그치는 ‘불균형한 회복’이 지속됐다.
기업들의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고정자산투자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1~6월 누적)은 3.8%로 나타났다. 이 지표는 올 1~2월 5.5%에서 매달 내려가고 있다. 국유기업 투자는 8.1% 늘었지만 민간기업은 0.2% 감소했다.
중국 정부는 민간기업의 자신감을 높이고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소통 행사를 잇달아 개최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상무부, 공업정보화부 등이 민간기업들과 좌담회를 열었다. 하지만 의견 청취와 선언만으로는 민간기업의 자신감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린차이이 중국수석이코노미스트포럼연구소 부소장은 “민간기업에 보조금 지급과 정책 안정성 보장 등 국유기업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IMF는 2028년까지 5년 동안 중국이 글로벌 경제 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2.6%로, 인도(12.9%)와 미국(11.3%)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 중국의 불황이 깊어지면 아시아를 비롯한 인접 경제권의 제조업이 황폐화할 수 있다고 IMF는 경고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의 증권사들은 잇따라 중국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7%에서 5.0%로 하향 조정했다. JP모간과 씨티그룹은 5.5%에서 5.0%로 낮췄다. 씨티그룹은 “중국 정부가 지난 3월 설정한 ‘5% 안팎’이라는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