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기대감에 따른 셀트리온 3형제 주가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금리 불확실성이 100%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실적 우려가 불거진 탓이다. 더군다나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지정과 관련해 시장이 기대하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으면서 증권가에선 셀트리온그룹주의 향후 주가 향방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셀트리온은 1.45% 하락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2.16%)와 셀트리온제약(-2.36%)은 모두 2%대 약세를 기록했다. 합병 주관사 선정과 함께 합병 작업을 본격화했단 소식이 전해진 지난 12일부터 이들 종목은 3거래일간 강세를 지속했다. 이 기간 셀트리온은 8% 올랐고,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은 각각 12.7%, 27.1% 급등했다. 셀트리온 3형제의 시가총액은 4조가량 불었다.
셀트리온은 지난 13일 조회공시에 대한 답변으로 "현재 합병 주관사를 선정하고, 사업회사 간 합병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주관사로는 미래에셋증권이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셀트리온헬스케어·제약도 답변공시를 통해 "사업회사 간 합병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3사 모두 "구체적인 합병 대상, 시기, 방법, 형태에 대해 최종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했다.
셀트리온 3사의 합병 절차가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최근이다. 그간 셀트리온의 분식회계 논란에 합병 절차가 중단됐다가 작년 3월 증권선물위원회가 분식회계 혐의에 고의성이 없다고 결론 내리면서 합병 논의가 재개됐다. 마침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도 2년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한 상태였다. 회사는 2020년 합병 계획을 처음 공식화했다. 합병 절차 진행 중…관건은 소액주주
3사 합병이 이뤄지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간 일감 몰아주기, 분식회계 논란이 해소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거래구조 개선에 따른 비용 효율화도 기대할 수 있는 효과다.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이 바이오의약품을 개발·생산하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해외 유통, 셀트리온제약이 국내 유통을 맡는 구조를 갖췄다.
합병에 있어 관건은 소액주주다. 합병이 성사되려면 발행주식 3분의 1, 총회 출석 의결권 3분의 2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 특별결의를 실행해야 한다. 합병에 반발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이 발동될 수도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주가 회사측에 자신의 보유 주식을 일정 가격으로 매입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주식매수청구권을 요구하는 주주가 많아질수록 합병에 드는 비용은 많아진다. 주가가 하락하면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발동하는 유인은 더 커진다. 셀트리온 주가는 고점(2020년 12월·37만4620원) 대비 58% 빠진 상태다. 가뜩이나 셀트리온 3사의 소액주주 비중은 높은 편이다. 작년 말 기준 셀트리온의 소액주주 비중은 66.43%, 셀트리온헬스케어는 58.60%, 셀트리온제약은 45.15%에 달한다. 셀트리온 3사 소액주주들은 대체로 합병을 반대하는 분위기다. 합병으로 그룹 전체 매출이 줄어들 경우 주가 상승 동력이 약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셀트리온이 올해에만 4차례에 걸쳐 약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던 것도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었단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식매수청구 금액과 이에 대비한 자금 조달이 합병 성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목표가 낮추는 증권가
합병 기대감과는 별개로 증권가에선 셀트리온그룹주의 목표주가를 낮춰잡고 있다. 미국 트룩시마 가격 하락에 따른 실적 악화를 고려한 조정이란 설명이다. NH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셀트리온(24만→22만원)과 셀트리온헬스케어(9만→8만5000원)의 목표주가를 모두 내렸다. 한국투자증권도 최근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기존 24만원에서 21만5000원으로 낮췄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2분기 셀트리온 매출은 5805억원, 영업이익은 1932억원으로 추정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3%씩 감소해 시장 추정치를 소폭 밑돌 것으로 전망됐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2분기 매출액은 5066억원, 영업이익은 5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2%, 영업이익은 30%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인 '유플라이마'의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등재 여부는 변수다. PBM은 보험사를 대신해 제약사와 약가를 협상하는 민간기업으로 미국 의약품 유통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주요 PBM의 의약품 목록에 오르지 못하면 약국 판매는 사실상 어려운 만큼 시장점유율 확대에 제한적이다. 합병 이슈가 불거지기 전 셀트리온그룹주가 하락한 덴 PBM 목록에 오르지 못한 게 악재로 작용했다. 강 연구원은 "PBM 점유율 1위인 CVS가 선호 제품을 선정하지 않은 만큼 아직 기회는 남아있지만, 단기간 투자심리 위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재로서 믿을 건 램시마SC란 게 증권가 의견이다. 강 연구원은 "유플라이마에 가려져 있지만 셀트리온의 투자 포인트는 램시마SC(피하주사 제형)"라며 "램시마SC는 셀트리온의 주력 제품으로 2029년까지 인플릭시맙 시장 축소를 제한할 제품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램시마SC는 작년 12월 미국에서 품목허가 신청을 마쳤다. 올 4분기 허가 후 내년 출시가 예상된다. 강 연구원은 "오는 11월 신약으로 승인받을 전망인 만큼 약가 인하를 방어하며 염증성 장질환에서는 휴미라를 대체하는 치료제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