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Lawtalk)’은 지난해 2300만 명에 이르는 이용자가 방문한 ‘국민 서비스’로, 변호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뢰인들이 손쉽게 변호사를 만나 법적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국내 리걸테크 기업 중 유일하게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자체 규정으로 변호사들이 로톡을 비롯한 플랫폼에 가입?활동하는 것을 금지하고, 변호사들을 무더기로 징계했다.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대한변호사협회 및 서울지방변호사회의 행위가 시장 경쟁과 서비스 혁신을 방해하는 불법 행위라고 결론을 내리고, 이를 즉각 중단하라는 시정명령과 함께 20억원의 과징금을 포함한 제재 조치를 내렸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통해 혁신 기업 발전과 소비자 편익을 촉진한다”는 공정위 존재 이유를 증명한 결정이었다.
오는 20일에는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에서 로톡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변호사 123명의 이의신청 건을 심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수 차례 로톡의 합법성이 증명된 만큼 법무부 또한 123명의 변호사에게 ‘정의와 상식의 법치’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을 하길 기대한다.
이날 심의에서 법무부가 변협의 징계가 정당했다고 판단해 이의신청을 기각하면 변호사들은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징계의 당부(當否)를 다투게 돼 갈등이 길어질 전망이고, 반대로 부당하다고 판단해 이의신청을 인용하면 이제 변호사들은 자유롭게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스스로를 알리고 의뢰인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변협은 로톡이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내부 규정(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전면 개정해 로톡 활동 변호사들을 징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으나, 로톡은 이미 검찰에서 세 차례나 무혐의 불기소 처분(변호사법 위반 혐의)됐고, 법무부 역시 합법 서비스라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변협은 법률 플랫폼 때문에 변호사의 공공성이 무너진다고 주장하나, 실제로는 법률 소외 계층의 변호사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 결과에 따르면 로톡 같은 법률 플랫폼은 변호사를 찾는 과정을 편리하게 함으로써 법률 소비자들이 변호사를 찾는 것을 단념하지 않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시장 확대 효과는 26.7%(10분 상담료 2만원 가정 시)에 달하고, 특히 이는 상대적 법률 소외 계층으로 분류되는 ‘아는 변호사가 적은 그룹’과 ‘저소득층 그룹’에서 크게 나타난다고 한다. 더 많은 국민들이 법률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면 플랫폼은 오히려 법률 시장의 공공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닐까.
법률 플랫폼이 사법 접근성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로톡은 기존 시장에 유통되지 않던 변호사 상담료나 수임료 같은 가격 정보, 실제 상담 후기 등 다양한 정보를 투명하게 유통시켜 법률 서비스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개선하고 마음의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또한 전국 어디서나 법률문제가 생기면 비대면으로 손쉽게 변호사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지방의 사법 접근성 격차 해소에도 기여하고 있다. 변협 주장과 달리 어느 쪽이 불법 행위를 했는지, 변호사 공공성을 누가 훼손하고 있는지 명백한 상황인 것이다.
세계적으로 리걸테크 기업은 약 7000개로 이들 가운데 유니콘 기업은 7개, 예비 유니콘 기업은 27개에 달하고 있다. 시장 규모도 2021년 276억달러에서 2027년 356억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들에 대한 누적 투자액은 110억달러를 초과한다. 우리와 법률 체계가 유사한 일본만 하더라도 오히려 변호사 직능단체가 플랫폼 기업과 더불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의 ‘벤고시닷컴’은 일본 전체 변호사의 절반 이상을 회원으로 보유하여 이미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국내에는 현재 로톡 외에도 의료, 세무, 부동산 등 여러 전문직 서비스 영역에서 직역 단체와 혁신 서비스의 갈등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국민의 편익이 증진되는 방향에서 전문 직역의 부당한 권한을 견제, 회수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는 ‘이권 카르텔 타파’와 ‘킬러 규제 해소’ 등 윤석열 정부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자유시장 정책과도 부합한다.
로톡 서비스가 시작된 2014년 이후로 약 10년간 이어진 변협과의 갈등은 ‘제2의 타다’로 불릴 만큼 우리 벤처 업계에도 뜨거운 화두 중 하나다. 이번 결정은 우리 법률 서비스 시장의 미래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혁신벤처 업계에도 큰 이정표가 될 것이다. 아무런 실익 없는 갈등이 연장돼 혁신 벤처기업의 발목만 잡고 국민들 피해만 커지는 상황이 이어지지 않도록 법무부의 전향적인 판단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