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안과 영역에서 과로, 스트레스와 관련된 질환 중 대표적인 것이 중심장액맥락망막병증이다.
중심장액맥락망막병증은 망막의 중심 부위인 황반에 액체가 고여 이로 인해 망막이 박리되는 질환이다. 중심시력을 담당하는 황반에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시력이 저하되거나, 직선이 휘어져 보이거나,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시야의 중심이 까맣게 보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때로는 물체의 크기가 달리 보이거나, 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색각이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중심장액맥락망막병증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여섯 배 정도 더 많이 발생하고, 주로 30~50대의 청장년층에서 나타난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지만 스트레스에 민감한 성격의 환자에게 잘 발생한다. 스트레스와 관련된 카테콜아민이나 코티솔이 혈액에서 증가됐다는 보고를 근거로 과로, 스트레스가 중심장액맥락망막병증 발병에 관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도 스테로이드 전신치료, 임신, 흡연, 음주, 치료되지 않는 고혈압,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 등과 관련이 있다.
약물, 수술 등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다른 망막질환과 달리 중심장액맥락망막병증은 대부분 특별한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3~6개월 이내 황반에 고인 물이 빠지며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급성형인 경우 시력 예후가 좋은 편이어서 우선 경과를 관찰한다. 시력은 약 12개월에 걸쳐 천천히 회복된다.
대부분 저절로 호전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 없이 경과 관찰 시 거의 90% 환자에게서 0.7 이상의 시력으로 회복되지만 약 5%에서 심한 시력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자연치유가 되지 않거나 짧은 유병 기간 심한 시력 손상을 동반한다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약물치료, 안구 내 항혈관내피성장인자 주입술, 레이저 광응고술, 광역학요법 치료 등 적극적인 치료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중심장액맥락망막병증은 재발 가능성이 50% 정도로 상당히 높기 때문에 정기적인 경과 관찰이 중요하다.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형이나 잦은 발생과 호전을 반복하는 재발성 만성형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 경우 시세포가 손상되거나 황반변성 같은 질환이 동반돼 중심시력 저하, 색각 감소, 상대 암점, 소시증, 야맹증 등의 시력장애가 남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경과 관찰 소견을 들었다면 반드시 정기적으로 안과에 방문해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되도록 과로를 피하고 금연, 금주 등 생활환경과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만약 스테로이드 약물 치료 중이거나 헬리코박터 감염증, 고혈압 등이 있다면 해당 과 전문의와 상의해 일시적인 약물 중단 및 치료를 통해 질환의 유병 기간을 줄일 수 있다.
김철구 김안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