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소형 오피스텔이 경매시장에서 인기를 되찾고 있다. 한동안 전세 사기와 역전세(이전 계약보다 전셋값 하락) 등의 여파로 외면받았지만, 1억원 미만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소규모 투자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경기 수원 팔달구 인계동의 A 오피스텔 전용면적 31㎡는 지난달 20일 2차 매각일에 감정가(9000만원)의 94%인 8500여만원에 낙찰됐다. 이 오피스텔의 1분기 실거래가는 8600만~9000만원 수준으로, 사실상 매매시장 거래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이 물건은 지난 5월 한 차례 유찰된 뒤 최저 입찰가가 6300만원까지 떨어지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응찰자 53명이 몰렸다.
김포 운양동 B 오피스텔(전용 27㎡)의 경매에도 42명이 몰리는 등 입찰 경쟁이 치열했다. 이 오피스텔은 감정가가 6200여만원 수준이었다. 한 차례 유찰돼 최저 입찰가가 4300여만원까지 내려갔지만, 최종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0.4%로 치솟았다. 두 오피스텔 모두 낙찰자가 전세보증금을 인수해야 할 의무가 없었다.
지난달 응찰자 44명이 몰린 하남 학암동 C 오피스텔(전용 24㎡)도 감정가(1억7000만원)의 88%인 1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방에서도 소형 오피스텔 낙찰가율이 차츰 올라가는 추세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D 오피스텔 전용 25㎡도 지난달 감정가(7700여만원)의 94.5%인 7200여만원에 매각됐다. 보증금 1000만원, 월세 35만원인 임차인이 임차금 배당을 요청한 물건이었다. 응찰자 18명이 입찰에 뛰어들었다.
투자자들이 경매시장에서 주거형 오피스텔을 다시 눈여겨보는 건 일반 아파트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치솟자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오피스텔을 찾는 것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올해 들어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경매시장에서 대출금 부담 없이 투자할 수 있는 1억원 미만 투자 물건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수도권 아파트값이 최근 반등하자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형 오피스텔 쪽으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거형 오피스텔도 공급이 적고 주변에 일자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