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들 먹여 살린다고 초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일 시작한 우리 형…"
집중호우로 경북 지역에서 사망자가 속출한 가운데, 이 지역 장례식장에서는 실종자 유가족들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16일 경북도에 따르면 전날 예천군 감천면 진평리에서 물에 휩쓸린 주민이 입원 후 숨졌다. 이에 이번 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전날 17명에서 18명으로 늘었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60대 홍모 씨의 남동생은 "퇴직하고 여생을 보내기 위해 지은 집에서 형이 잠을 자는 사이에 변을 당했다"며 "집 일부가 통째로 쓸려내려 갔다"고 전했다.
홍 씨는 4남 2녀 중 첫째로 집의 든든한 기둥과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그와 그의 동생들의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 이에 홍 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였던 14세부터 일을 시작했다.
안동의 한 자택에서 잠을 자던 노부부가 쏟아진 폭우로 변을 당한 사연도 전해졌다.
이들 부부의 딸은 한순식간에 부모님을 잃었다며 "(부모님)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며 "엄마는 아직도 군인들이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의 부친은 전날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심폐소생술로 의식 없이 호흡만 돌아왔다가 끝내 다음 날 사망했다.
그의 딸은 "이번처럼 폭우가 쏟아지면서 흙이 쓸려 내려오는 건 처음 본다"며 "사고 전날 걱정이 돼 전화했는데 부모님이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방학 때 놀러 오라'고 했다"고 애통해했다.
한편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이날 집중 호우로 큰 피해를 본 경북 예천군을 방문했다.
윤 원내대표는 집 네 채가 산사태에 쓸려 내려가고 주민 두 명이 실종 상태라는 설명을 듣고, "황망하시겠지만 필요한 사항들이 빨리 복구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