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28초 통화가 마지막"…오송 지하차도 참사 '인재' 논란

입력 2023-07-16 11:54
수정 2023-07-16 12:06
"28초의 통화가 어머니와의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폭우로 물에 잠겨 차량 10여대가 침수된 청주 오송 지하차도 사고와 관련해 50대 이모씨(51)는 사고 1시간여 전인 15일 오전 7시 18분 어머니에게 전화를 받았다.

70대 어머니는 오송의 한 아파트 청소를 하러 집을 나선 길이었다. 청주에 있는 하천이 범람하고 있는데 아들이 사는 경기도 일산은 괜찮은지 묻기 위해 안부 전화를 건 것이었다. 이른 시간이라 잠결에 전화를 받은 이씨는 어머니께 무사하다는 얘기만 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통화 시간은 단 28초. 비가 많이 와 걱정이 돼 전화를 걸었다고 한 어머니에게 이씨는 별 문제가 없다며 안심시키고 끊었다. 이게 어머니의 마지막 목소리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이후 어머니와의 연락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씨는 친동생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뒤에야 어머니가 지하차도에 침수된 시내버스에 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날 오후 10시 30분 오송에 도착한 이씨 부부는 밤새 뜬 눈으로 현장을 지켰다.

이씨 외에도 전날부터 현장 지휘소에는 실종자 가족 10여명이 더디기만 한 구조작업에 속을 까맣게 태우고 있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현장 지휘소 한쪽에 마련된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경찰이 설정한 통제선 앞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전날 오전 8시40분께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가 갑자기 불어난 물로 침수되면서 시내버스 등 차량 15대가 물에 잠겼다. 16일 11시 현재 7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는 15일 오전 8시 40분께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 미호강의 무너진 제방을 타고 하천의 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발생했다. 현지 주민들은 홍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관할 행정관청의 위험도로에 대한 차량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사전에 제방관리도 허술했다고 지적했다.

제방이 무너져 사고의 원인이 된 미호강에는 15일 오전 4시 10분에 홍수경보가 내려졌다. 쏟아지는 비로 하천의 수위가 급격히 올라 오전 6시 30분에는 이미 경보 수준보다 높은 '심각 수위'까지 도달했다. 당시 금강홍수통제소는 관할 구청에 인근 도로의 교통통제 등이 필요하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행정당국의 교통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오전 8시 40분 미호천교 인근의 둑이 유실되면서 하천의 물이 삽시간에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왔다. 길이 430m의 지하차도 터널은 2∼3분 만에 6만t의 물로 가득 찼다. 15대의 차량은 이곳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지하차도는 비가 내리면 침수가 자주 발생해 호우 때 행정기관이 신경을 많이 쓰는 도로다. 특히 사고가 난 궁평2지하차도는 미호천교와 직선거리가 600m 정도고, 가까운 제방과는 200여m 남짓한 데다 인근 논밭보다 낮은 지대여서 침수사고가 예견되는 곳이었다.

같은 상황에서 행정당국이 홍수 경보가 내린 뒤 4시간 30여분이 지나도록 차량통제를 하지 않으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홍수경보가 내려도 도로상황 등을 파악해 차량을 통제하게 돼 있다"며 "이번 사고는 제방이 범람하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물이 쏟아져 들어와 차량을 통제할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