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안보·인도·재건 지원을 포괄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함께 추진하기로 15일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에너지, 철도, 운송, 건설 등 경제 분야 협력도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윤 대통령의 전격적인 우크라이나 방문으로 양국 관계가 눈에 띄게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키에프에서 110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정상회담 이후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윤 대통령은 러시아에 맞서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의사를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가꾸는 동반자가 되겠다"며 "나아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함께 기여하는 믿음직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6·25 전쟁 당시 국토의 90%를 빼앗기고도 기적적으로 승리하고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의 역사를 언급한 뒤, '한강의 기적' 같은 '드니프로 강의 기적'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응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통령으로서 죽음을 겁낼 권리가 없다"는 발언을 인용하면서 "생즉사 사즉생의 정신으로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간다면 분명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의 주요 내용도 직접 설명했다. 안보 지원에 대해서는 "지난해 방탄복, 헬멧과 같은 군수물자를 지원한 데 이어 올해도 더 큰 규모로 군수물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해 제안했던 '평화공식'에 대해 "중요성에 공감한다"고 평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화공식은 우크라이나 영토 복원, 러시아군 철수 및 기존 국경 회복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인도 지원과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 정부 재정 안전성을 위해 세계은행과 협력해 재정지원을 새롭게 실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또 "지난해 1억 달러의 인도적 지원에 이어 올해 예정된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지원도 효과적으로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양국 정부 및 기업의 협력 확대도 의제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으로 배정된 1억달러를 활용해 인프라 등 양국 협력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양국 정상은 '윤석열-젤렌스키 장학금'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안심하고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의 기존 지원 및 추가 지원 계획에 대해 여러차례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의 지뢰탐지기 지원을 언급하고는 "이를 통해 인명을 살릴 수 있었고,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고, 윤 대통령의 '평화공식 공감' 발언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여줘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재건복구 분야에서 큰 도움이 필요하고, 한국이 우크라이나 회복센터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해주기를 바란다"며 "교통, 경제, 에너지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바르샤바=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