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집중 호우가 이어지면서 주요 문화유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15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철 집중호우로 인해 국가지정문화재에서 피해가 발생한 사례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총 27건을 기록했다.
전날 같은 시간에 파악됐던 20건과 비교하면 하루 새 7건 더 늘었다. 피해 문화재는 사적이 1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천연기념물 5건, 국가민속문화재 4건, 명승·국가등록문화재 각 1건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충남 7건, 전남·경북 각 5건, 강원·전북 각 3건, 서울·부산·광주·충북 각 1건을 기록했다.
특히 충남에서는 공주, 부여 등 백제 고도(古都·옛 도읍)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 중 한 곳이자 사적인 공주 공산성에서는 사흘간 퍼부은 비로 누각인 만하루가 침수됐다.
또 다른 누각인 공산정 부근에서는 성벽 일부가 유실됐고, 서쪽에 위치한 문루(門樓·문 위에 세운 높은 다락)인 금서루 하단에서는 토사가 흘러내렸다.
피해가 발생한 부근에는 안전 펜스를 설치하고 토사 유실을 막는 중이다.
우리나라 구석기 시대에 사람이 살았음을 처음으로 알게 해 준 중요한 유적인 공주 석장리 유적은 연일 계속된 장대비 속에 발굴지가 침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에 있는 석장리박물관은 현재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은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킨 상황"이라고 밝혔다.
백제 왕릉과 왕릉급 무덤이 모여 있는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에서는 일부 지역의 토사가 유실됐고, 공주 수촌리 고분군에서는 일부 경사진 면이 무너져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부터 이날까지 400㎜가 넘는 비가 쏟아진 부여에서도 피해가 이어졌다.
백제가 부여에 도읍을 둔 사비기(538∼660) 왕릉급 무덤이 모여있는 부여 왕릉원에서는 서쪽에 있는 고분군 가운데 2호 무덤 일부가 유실됐다.
현재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장막을 설치해둔 상태다. 부여 부소산성에서는 군창지(軍倉址·군대에서 사용할 식량을 비축했던 창고 터) 경계와 탐방로 일부가 훼손돼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부여 여흥민씨 고택에서는 이번 비로 행랑채 외벽이 파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분간 전국적으로 비가 계속될 것으로 예보돼 추가 피해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문화재청은 "현재 긴급한 조치는 완료했으며, 추가적인 훼손을 막기 위해 긴급보수 사업 신청을 받아 관련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